Student Success Story

하고 싶은 것이 생각나면 움직여라

융합생명공학과(학부) 및 생명공학과(석.박 통합과정) 허바울 박사

우리 대학 융합생명공학과(전, 유전공학과)에서 학사, 석박사를 졸업한 허바울 박사가 프랑스 INSERM (Institut national de la santé et de la recherche médicale)에 조교수로 임용되었다. INSERM은 프랑스 국가 기관으로써, 임용된 교수들은 프랑스 전역의 대학에 배치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동시에 대학 실험실, 연구소, 병원 등에서 연구하게 된다. 허바울 박사는 2021년 봄 학기부터 Université de Paris (파리 5대학과 7학이 2019년 부로 합쳐졌음)와 Institut de Psychiatrie et Neurosciences de Paris (정신 의학 및 신경 과학 연구소)에서 일하게 된다. 잘 알려진 미국 시스템과는 다르게, INSERM에 고용된 교수들은 임용 즉시 프랑스 국가 소속 종신직이 수여된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아, 그간의 과정을 글로 정리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불러라 노래를, 춰라 춤을

이것이 석, 박사 통합 과정을 이수하던 중에 가장 큰 고민이었다. 재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실용 음악 학원에서 보컬과 댄스 과정을 이수했음에도 슈퍼스타k 전 시즌에서 내 얼굴을 본 사람은 없다. 그 외의 거의 모든 시간은 연구실에서 있었으니 얼마나 비효율 적으로 실험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지도교수님이신 권대혁 교수님은 나의 자유 분방한 일탈과 다양한 실험적 사고/시도를 받아 주셨다. 심지어 어떤 때는 교수님과 서로의 생각이 맞다며 열띤 토론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으니 이것을 하게 해달라고 설득도 마다 하지 않았으니, 교수님이 얼마나 피곤하셨을지, 또 관대하신지 짐작이 가능하다.
교수님의 관대함이 하늘에 닿아 심지어 이런 나를 데리고 미국 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의 하택집(Taekjip Ha) 교수님 연구실에서 실험할 기회를 주셨다. 나는 이것이 마치 유배 온 것 같았다고 회고하곤 했는데, 이유는 영어도 잘 못하고, 누구와 무슨 실험을 해야 할 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연구실에 도착한 첫 날 대장균을 키우고 단백질 정제만 했다. 그렇게 혼자 고민하다 같이 커피를 마실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자연스럽게 공동 연구로 이어졌다. 이 결과가 JACS에 실리게 되었다. 이것을 계기로 2015년 졸업과 동시에 박사 후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안 된다고 말하는 용기
나의 주된 연구 주제는 신경전달물질이 어떻게 세포 밖으로 방출되는 지에 대한 작용 기전 연구였다. 그 분야의 대가인 James E. Rothman (Yale Univ., University College London, 2013 Nobel Prize) 교수님께 박사 후 연구 과정 지원서를 보냈는데, 그가 관심있어 하는 biophysics 분야 관련하여 공동 연구중인 Frédéric Pincet 교수님을 소개시켜 주셔서 프랑스 파리 École normale supérieure 대학 물리학과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Rothman 교수님은 연구원 면접을 보러 파리로 오라고 하시며, 학회 등록비, 비행기표 (심지어 프리미엄), 호텔비를 모두 내어 주셨다. 학회에서 발표를 끝내고 Rothman 교수님 호텔 방으로 따라가서 약 2시간 가량을 연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면접을 마치고 귀국 후 교수님께 이 말씀을 드렸더니, 그런 대접을 받는 포닥은 다시는 없을 거라며 많이 부러워하시고 또 자랑스러워 하셨다. 이후 약 반년 후에 내가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소피 마르소의 도시 파리로 떠났다.
파리에서의 연구 주제는 세포막을 1 cm 미세 유세 장치에 (microfluidics)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비대칭 막이어야 하고, 막은 서로 다른 완충 용액 사이에 떠 있어야 했으며, 막에서 일어나는 분자의 작용들을 현미경과 전기 장치(patch amplifier)로 측정 가능해야 했다. 누구도 해 본적 없는 정말 까다로운 요구 사항이었다. 또 다른 문제는 경쟁이었다. 같은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동료는 반복적으로 안정적이게 이러한 막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공하는 모습을 실제로 본 사람은 없었다. 나 역시도 동료가 제안한 방법대로 실험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로 인해 1년 반의 시간을 날렸다. 수많은 시도 끝에 동료의 방법에 대해 ‘안된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으며, 이는 참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또한 과제를 성공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이 생긴 순간이었다. 아주 힘든 시간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 고통에 비례해서 두 교수님들과의 신뢰가 쌓였다. 그리고 진짜 엄청나게 많은 시도 끝에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막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현재 여러 분야에 - 예를 들어, 신경 전달 및 막 융합 기전, 알파시뉴클레인 (파킨슨 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막 상호작용 기전, 새롭게 생성된 막 단백질의 최초 막 삽입 기전 등에 - 이용되고 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연구 기관으로부터 연구 자금을 지원받게 되었고, 위에 설명한 기관에 임용되었다. 하지만 임용 소식을 들은 날도 기뻐할 겨를이 없었다. 밤 샘 실험을 해야 해서……


[ Frédéric Pincet 교수님, 두 사람 사이로 에펠타워가 보인다. ]


[ James E. Rothman 교수님 ]



마치며
후배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하고 싶은 것이 생각나면 움직이라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뜻도 있지만, 생각만 하지 말고 몸을 움직여 해보라는 것입니다. 시키신 적도 없는 교수님의 ‘거봐, 내가 하라는 데로 하니까 잘 되지.’ 라는 말은 곧 잘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미국이든 영국이든 프랑스든 열심히 하는 연구자를 좋아하고, 보통 그런 이들에게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입니다. 정말 열심히 실험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여러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저는 그런 노력들이 있었기에 운이 찾아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용장, 지장, 덕장 모두 다 좋지만 가히 운장 (運將) 이 최고라는 말이 떠 오릅니다. 하지만 운도 피나는 노력 끝에 따라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서 후배님들께는 ‘열심히 하시라’라는 너무 평범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신 유전공학과 여러 교수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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