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이경성 교수가 제시하는 연극

작품이 가지는 질문이 무엇인지가 중요하고,
그 질문이 내 삶에서 중요한 질문이었을때 작업을 시작합니다

연기예술학과 이경성 교수

  • 이경성 교수가 제시하는 연극
  • 이경성 교수가 제시하는 연극
Scroll Down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에서 연극 연출을 가르치고 있는 이경성이고, 극단 ‘크리에이티브 VaQi’에서 연극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대학 시절 연극학과에 재학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연극학, 그리고 연극이라는 존재에 이끌리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처음에 영화 감독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진학한 학교는 영화학과와 연극학과로 나눠져 있었는데 영화학과는 연출 전공만 선발하고 연극학과는 연출과 연기 전공을 같이 선발하고 있어서 연기 전공 학생들과 같이 학교를 다니는 것이 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극학과를 지원하게 됐습니다. 연극을 제 삶의 길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대학교 1학년 여름 경험한 프랑스 아비뇽 지역에서 한 달 동안 열리는 ‘아비뇽 연극제’ 덕분이었습니다. 연극제에서 공연들을 보고,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과 같이 연극에 대해 이야기하고 배우와 시민들과 한데 섞여 예술을 향유하는 모습들을 경험하며 연극이라는 것이 삶을 충만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교수님은 외국에서 공부한 경험을 가지고 계신데,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유학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극단 ‘크리에이티브 VaQi’를 만들어 활동했습니다. 3년 남짓 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여러 실험과 작업을 하다가 제가 지금껏 해온 형식적인 작업들과 시도들이 현대 공연 예술의 어떠한 맥락과 흐름 속에 존재하는지 보다 큰 틀에서 보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영국에 공연예술의 이론과 실제를 같이 공부할 수 있는 과정이 있어서 유학을 가게 됐습니다. 유학 생활 동안 학교라는 제도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머물렀던 도시,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여러 삶의 다양성들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문화적인 행사들을 경험하면서 세상을 보는 관점과 사람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가능성들을 조금 더 확장할 수 있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Q. 극단 ‘크리에이티브 VaQi’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크리에이티브 VaQi’는 제가 대학교 4학년이던 2007년 동료들과 같이 창단한 극단입니다. 저희는 기존의 고전 희곡들을 공연하기보다는 동시대의 여러 중요한 테마들과 이슈들을 바탕으로, 그것들을 어떻게 만나고 경험하고 있는지를 찾아서 같이 공모해서 공연예술의 형식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거대하게 접하는 사건들이 우리의 일상과 어떻게 연결돼 있고, 그러한 감각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를 극장에서 때로는 극장 밖 거리에서 공연을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Q. 많은 학생들이 ‘연출’이라는 단어에는 익숙하지만, 정확히 설명하기 쉽지 않습니다. 연출, 특히 공연 연출이란 무엇인지 설명해 주세요.

연출은 무엇이라고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하나의 작품이 무대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배우, 조명, 음향, 영상, 텍스트 등의 여러 요소가 필요한데, 그 요소들을 하나의 공연으로 조합해서 어떤 방향성으로 갈지 제시하는 것이 연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지난 11월 3일부터 9일까지 교수님께서 연출을 맡으신 <보더라인>이 무대에서 선을 보였습니다. 공연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보더라인>은 한국과 독일 양국에 존재하는 분단, 난민 등 ‘경계’라는 키워드를 통해 바라볼 수 있는 여러 역사적, 문화적 현상들을 하나의 연극으로 만든 것입니다. 원래 한국 배우들은 독일에서, 독일 배우들은 한국에서 같이 공연 하기로 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줌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해서 실시간으로 영상과 무대를 결합한 형식으로 공연을 만들었습니다.



Q. 작품 활동에서 교수님이 가장 중점적으로 추구하시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에게는 ‘이 작품을 지금 이 시대에 왜 하는가?’와 같은 작품을 하는 이유가 중요하고 내가 하는 작품이 가지는 질문이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그 질문이 작품을 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내 삶에서 중요한 질문이었을 때 작업을 시작하는 편이고 그것들을 현재 존재하는 여러 매체와 플랫폼 중 연극이라는 하나의 독보적인 형식을 통해 어떻게 관객을 만날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인 것 같습니다.



Q. 연극이나 공연 관람에 입문하고 싶어도 진입 장벽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그 문턱을 넘을 방법을 알려준다면 무엇인가요?

공연을 접하는 방식들이 주로 홍보를 통하게 돼 홍보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상업극 위주로 접하게 되는데, 사실 대학로에는 상업극뿐만 아니라 혜화동 윗동네로만 가도 여러 작은 소극장들이 많습니다. 보다 다양한 연극들을 접하면 좋겠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서울문화재단에 지금 상영되는 여러 극단들의 흥미로운 작품들과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연극인 웹진>을 통해 2주에 한 번씩 올라옵니다. <월간 한국연극잡지>나 <계간 연극평론잡지>를 보면 상업극 이외에도 동시대의 중요한 작품들이 많이 소개돼 있습니다. 이러한 관련 매체를 찾아보면 더 다양한 형식의 연극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Q. 교수님의 ‘인생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하나의 인생 작품을 생각하는 편은 아닙니다. 연극으로 인해 한순간에 삶이 바뀌는 것이 아니고 연극이라는 예술을 취미처럼 꾸준히 관람하다 보면 그 세계가 가지는 여러 향기가 자신에게 베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연극을 본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반추해 보고 각자의 맥락에서 자신의 삶에서 보이지 않는, 하지만 중요한 가치들에 질문해 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라  ‘인생 작품’을 생각했을 때 딱 떠오르는 단 하나의 작품은 없는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 연기예술학과 학생들에게 응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교수의 위치에서 학생들에게 조언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각자 삶의 시기와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겪어온 것을 바탕으로 조언하는 것 자체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언보다는 응원의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한 가지는 자신이 선택한 전공에 대해서 최소한 학교를 다니는 시간 동안 ‘올인’해서 이 분야에 대해 탐구하고 시도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학교 이후의 시간을 고민하느라 4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전공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저는 눈앞의 4년에 집중하면 그다음 4년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의 논리에 너무 빨리 매몰되지 말고, 예술을 선택한 이상 오히려 효용성의 논의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불필요한 작업을 할까?’와 같은 고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불필요한 일들을 하는 것이 현재의 예술이 이 시대에 저항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한 지점에서 보다 자유로워지면 좋겠습니다. 저는 교수들보다 동료들이 더 좋은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자신의 뜻을 나누고 키울 수 있는 동료를 만들고 그 인연을 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COPYRIGHT ⓒ 2017 SUNGKYUNKWAN UNIVERSITY ALL RIGHTS RESERVED. Contact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