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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를 세 줄로 기록하다’

    정보통신공학부 00, 배준호 동문

    ‘하루를 세 줄로 기록하다’

    “어떤 메시지를 딱 마주할 때 느끼는 한마디가 엄청난 용기와 힘이 되어줄 때가 있어요” 일기는 하루를 마치고 쓰는 기록이다. 그날의 있었던 이야기와 감정을 담는다. 기억하고 싶은 하루를 기록해 저장할 수 있다. 때로는 일기 쓰는 일이 힘들고 번거롭게 느껴질 때도 있다. 배준호 대표는 그런 이들에게 하루 세 줄만이라도 매일 써보기를 권한다. 기록이 지닌 힘이 무엇인지, ‘세 줄 일기’ 배준호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세 줄의 글과 한 장의 사진으로 일기를 작성하고 이를 책으로 만들고 공유하는 플랫폼 ‘세 줄 일기’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윌리엄 대표 배준호입니다. Q. 세줄 일기를 개발하게 되신 동기를 영상으로 봤습니다.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던데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어 주실 수 있나요? 회사를 관두고 세계 여행을 떠났을 때 매일 일기 쓰는게 힘들다고 와이프에게 토로했습니다. 그러자 '하루 세 줄만 써보는게 어떻겠냐'고 얘기한 데서 세 줄 일기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페이스북에서 시작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운 거예요. 공유와 공감도 많이 받아서 이 이야기를 책으로 내달라는 출판사 연락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누구든지 세 줄로 본인의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이 아이디어는 책보다는 콘텐츠 쪽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많은 분들처럼 예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했고 개발자 친구와 함께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만들었을 땐 형편없었죠. 그럼에도 2만 명씩이나 되는 분들이 다운을 받아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투자도 받고 문제점을 개선하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Q. 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획과 개발을 모두 하신 건가요? 기획과 개발은 아주 다른 영역입니다. 기획자가 말하는 인간 세상에 대한 이해와 고차원적 이야기를 개발자는 단순하고 명료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서로 충돌합니다. 기획자와 개발자는 싸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프로토타입이 중요합니다. 프로토타입은 이들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사소한 색감, 폰트, 글자 크기 등등을 정확히 제시할 수 있어요. 프로토타입을 잘 만들어 개발자와 소통해야 합니다. 저는 컴퓨터공학을 나왔지만 개발 직군으로 가지 않아 개발자의 역량을 갖추고 있진 않습니다. 다만 앱 설계와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큰 그림을 알 수 있어 개발자의 고충이 무엇인지 공감할 수 있었어요. 개발자가 못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알고 있어서 개발자가 저한테 이건 만들 수 없다고 거짓말할 수 없었죠. (웃음) Q. 성대 재학 시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저는 00학번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로 입학했고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 했습니다.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도 재밌었는데 이걸 가지고 뭘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어요. 학부로 들어와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했는데 막상 들어오니까 굉장히 논리적인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었습니다. 저는 질문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공과대학 특성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질문을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여기서 아쉬움과 갈증이 생겼던 것 같아요. 한 번 명륜 캠퍼스에 가 박현순 교수님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PR의 이해’라는 강의였는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수업을 들으면서 자유롭게 얘기 나눌 수 있는 수업 방식이 인상깊었고 정말 감명받았습니다. 주변에서 문과 복수전공을 하고 싶으면 경영학을 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고민 하고 있을 때 박현순 교수님이 ‘네가 재밌고 끌리는 걸 해봐’라고 말씀하셔서 신문방송학 복수전공을 결심했습니다. 율전과 명륜을 왔다 갔다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제 인생에 큰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것 같아요. 앱을 개발할 때 아이디어를 실제 실행에 옮기는 작업은 공대 지식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반대로 신문방송학을 나와 일했던 홍보팀 이력과 영상 만드는 기술, 글쓰기를 좋아하는 체질은 세줄 일기의 단단한 줄기가 되어주었죠. 인문학과 공학은 함께할 때 더욱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Q. 사실 매일 일기를 빠트리지 않고 작성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일기 쓰기를 습관화하기 위한 대표님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기록은 왜 할까요? 기록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기록하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자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해요. 이런 시간은 우리에게 잘 주어지지 않습니다.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거울은 바로 글이에요. 유일하게 내가 내 몸속에 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오브제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거창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니 하루 세 줄 쓰는 게 어렵지 않게 되었습니다. Q. 세줄 일기가 여타 플랫폼과 다른 차별되는 특징이 있을까요? SNS는 SNS이고, 블로그는 블로그입니다. 세 줄 일기는 ‘일기’입니다. ‘세 줄 일기’는 일기를 담으라고 한 그릇이라 당연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알리기 위함보다는 내 이야기를 알리는 것이 세 줄 일기입니다. SNS는 자신의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지만 일기는 그 사람의 일상, 속마음을 담는 점이 차별화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일기에는 힘들거나 안 좋은 일도 쓰니까요. 한 예시로 암 환자 분들도 세 줄 일기를 많이 이용하십니다. ‘나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공감대를 마련하고, 많은 이들이 아픔에 공감하고 같이 울어줄 수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Q. 향후 세줄 일기에 개선하거나 추가하고 싶은 기능이 있을까요? AI를 활용한 ‘일기 속 나와의 대화’를 개발 중에 있습니다. 아직까지 유일하게 IT화, 디지털화 되지 않은 것은 ‘thinking’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한 생각, 느낀 점, 추억을 가공해 소중했던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일기를 먹고 자란 AI가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죠. 바쁜 하루 속에 예전 일기를 다 정독하기는 어려우니까요. 수익성 문제도 짧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보면 아시다시피 사실 수익성이 거의 없는 사업입니다. 광고주 투자 말고는 이윤을 창출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어요, 뭐로 돈을 벌어야 하나? 해답으로 최근엔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세 줄 일기로 쓰는 키오스크’ 등 행사나 축제 현장에서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간단하게 세 줄만 기록하면 내가 여기에 왔다는 발자취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을 포인트로 삼았습니다. Q. 본인의 아이디어를 갖고 새로이 앱을 개발하려는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고민하고 생각하는 기간도 필요하지만 실행을 해야 해요. 완벽하지 않더라도 실행에 착수하세요. 나이키 슬로건 ‘Just do it’처럼요. 그리고 필요한 인재를 영입해야 됩니다. 그러기 위해선 자본이 필요합니다. 돈을 어떻게 끌어올지 고민하십시오. 중소벤처기업부, 여러 곳의 창업지원금 등을 잘 찾아서 투자받아 시작하세요. 아이디어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일단 해봐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20대, 무엇을 해야 할 지 막막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가장 그럴 나이이죠. 내가 뭘 할 줄 알고 뭘 아는 사람인지 고민해 보는 세 줄의 시간이라도 매일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1년이 됐든 5년이 됐든 천천히 본인이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너 그거 할 때가 아닌데’ 같은 주변의 메시지를 극복하고 도전하세요. 여러분이 ‘나다운 삶’을 그릴 수 있도록 우리 선배가 그런 걸 기다려주는 세상을 조금씩 만들어갈게요. 성균관대학교 학생들 다 너무 똑똑합니다. 여기에 자신감만 조금 불어넣어 주고 싶어요. “쫄지 마, 일단 해봐!” 성균웹진 이준표 기자

    • No. 56
    • 2024-04-15
    • 4032
  • 민법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글로벌경제학과 11, 오수현 동문

    민법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 물건과 관계를 맺는다. 음식을 사 먹거나 친구에게 돈을 빌릴 때, 혹은 자취방을 구할 때 등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며 어울린다. 이러한 관계에서 생기는 권리와 의무를 모두 민법에서 규정한다. 우리 일상과 맞닿아 있는 민법에 대해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 보자. 오수현 동문은 글로벌경제학과(11)를 졸업하고 현재 법률사무소 재율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며 동시에 민법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여러 법학 서적 속 수험서와 실용서 사이 인문 교양서 역할을 하는 민법책을 오랫동안 꿈꿔왔다. 이러한 소망을 갖고 3년간의 작업 끝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쓴 민법책』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Q.『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쓴 민법책』 이 브런치북 대상을 받으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민법에 관한 책을 쓰시기로 다짐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학부를 마치고 성균관대학교 로스쿨 7기로 처음 들어갔을 때 전 방황하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수험 공부로써의 법학에 적응하기 어려워했어요. 자발적으로 유급을 선택했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때 방황하고 헤매면서 왜 수험 법학에 실패했을까? 에 대한 물음을 오래 가지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 시간 동안 두꺼운 교과서를 찬찬히 음미할 여유가 생겼고, 법학의 큰 틀을 잡으면서 민법의 기초와 이해를 탄탄히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방황했던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법학에 흥미와 인사이트를 주면 더 많은 후배가 법학에 잘 적응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험 법학의 경우 모든 수험이 그러하듯이 예외적인 사례에 주목하게 됩니다. 이런 사례가 시험에 합격하는 데에는 물론 중요하지만, 어찌 보면 많은 학생들이 법학의 큰 그림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이러한 계기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쓴 민법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Q. 집필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책을 집필할 때 가장 방점에 두었던 것은 ‘쉽게 풀어쓰자’ 였습니다. 사실 굉장히 중요하고 실생활에 중요한 판례임에도 다 넣을 수 없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글을 쓸 땐 줄이는 게 가장 어렵다고 흔히 말하잖아요.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내용을 줄이고 줄여 이 책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첫 초안은 8개월 만에 마무리했는데 거의 800페이지에 달했어요. 분량을 줄인 대신 정말 얘기하고 싶은 얘기는 미주에 적었습니다. 저는 전공 교과서를 쓰는 입장이 아니므로 쉽고 재밌는 민법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Q. 사실 법이라는 학문 특성상 공부할 때 단어 혹은 개념을 혼동하기 쉬운데요, 변호사님만의 해법이 있을까요? 딱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1. 한자어 풀이에 익숙해져라. 법학을 공부하다 보면 정말 많은 한자어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한자어가 많을 때 한자어 풀이를 정의와 일대일대응을 시켜서 독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한자어를 알면 법학 용어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2. 두 번째는 정의 규정이나 문장을 멋대로 끊어서 밑줄 치지 마라 입니다. 법학의 분량이 아주 많다 보니 수험생들은 계속 이를 요약하고 분량을 줄이려 합니다. 사실 다른 부분들도 중요한 개념인 경우가 있는데 수험생 입장에서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란 어렵습니다. 밑줄과 요약이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분량 상 어쩔 수 없이 해야 하고 필요한 작업이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밑줄을 긋지 않은 부분이더라도 꼭 정독하라는 겁니다. 친구들이 특히 앞에 전제(~~한 경우, ~~한 때에)가 되는 부분을 종종 잊어버려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 처음엔 연필로 책을 전부 다 그었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지우면서 정말 중요한 부분만 펜으로 밑줄을 남겼어요. 네 맞아요, 결국엔 다 읽으라는 말로 귀결되는 것 같네요.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만 계속 보지 말라는 얘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Q. 여타 법과 민법의 가장 차별되는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책에 썼듯이 민법은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라 인물 관계의 키워드를 잘 붙잡고 공부를 해 나가야 합니다. 동그라미 하나, 직선 하나, 네모 하나 관계도를 명확히 그리면서 공부해 보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제 책에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웃음) Q. 변호사 활동도 함께 하면서 책 집필은 언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보통 달리기를 하고 돌아올 때 영감을 얻습니다. 돌아올 힘을 생각 안 하고 다 뛰고 난 다음 천천히 걸어오면서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핸드폰에 하나씩 적어 놓아요. 집에 돌아와 리마인드 하며 적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달리기든 다른 무엇이든 저는 운동을 적극 추천합니다. 운동을 하면 머리가 상쾌해지고 정신이 명료해져요. 특히 섬세하고 잡생각이 많은 친구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글 쓰는 것을 취미로 생각하거나 업으로 삼고 싶은 친구들은 리프레쉬 할 수 있는 수단을 하나 만들어 놓으시길 추천해 드려요. Q.성대 재학 시절 변호사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부끄럽지만 자타공인 아카데미학을 추구하는 학생이었어요. 인문학 공부를 좋아하고 도서관에 앉아 여러 분야를 탐독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성균관대 글로벌 경제학과에 입학해 1학년 때 기초학문을 많이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이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아요. 경제학 박사들끼리 스터디를 만들어 공부할 정도로 탐구심이 높았습니다. 2학년까지 성균관대학교에서 학교를 다녔고 나머지 2년은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복수학위를 수료했습니다. 학점과 상관없이 학문을 탐구하고 학구열이 높았던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많은 학생들이 요즘 외부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 해외에 갔다 오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해 드려요. 저의 학부 시절 키워드는 앞서 말한 아카데믹과 해외 경험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학회 혹은 동아리보다는 자신의 내실을 다지는 데에 충실했고 이것이 결실을 맺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보며 환경을 확 바꿔보는 도전도 했고, 궁금한 논문은 찾아 읽어보고, 좋아하는 작품 혹은 작가 책도 읽으면서 다양한 경험과 배움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Q. 변호사님은 탐독과 다독의 고민 기로에 섰을 때 무엇을 더 우선하나요? 저도 이와 비슷한 고민을 했었는데요. 저 같은 경우 다독보다 탐독을 중요시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다독의 중요성을 깨닫고 나서 어떻게 하면 한정된 시간 내에 다독할 수 있을지 오래 고민해 봤어요. 제가 내린 결론은 ‘오디오북을 활용하자’ 였습니다. 6년 전부터 꾸준히 해오던 방법인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오디오북으로 평소 자신이 잘 읽지 않는 책을 듣는 것입니다. 듣는 독서가 실제로 효과적이라는 뇌과학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만일 자신이 읽는 속도가 느리거나 다독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하다면 한번 활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Q. 처음 책을 출간하고자 하는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플랫폼을 잘 활용하라는 말씀을 드릴게요. 요즘은 작가 및 출판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잘 구축된 플랫폼이 많이 있습니다. 브런치스토리, 창작의 날씨처럼 꾸준하게 글을 쓰면서 구독자를 알릴 수 있는 곳들이 있어요. 이러한 플랫폼에서 글을 쓰면 좋은 점은 자기 글의 현실적 경쟁력을 따져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양질의 글도 구독자와 조회수가 늘지 않으면 출판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봐주는 구독자 분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 출판사에서 연락도 오고 섭외 요청이 들어옵니다. 그러다 보면 작가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어렸을 적부터 작가라는 꿈을 놓지 않았는데 군복무 시절 도전해 보자 해서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했고 어느새 첫 책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Q.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학교는 본인이 노력하는 만큼 얻어갈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잘해주려고 정말 많이 노력합니다.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십분 누렸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적극적으로 성균관대학교를 활용하려는 자세와 태도가 중요하고 그런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적극 이용하길 바랍니다. 교수님이나 행정실 방을 계속 두드리다 보면 뭐라도 나올 거예요, 열심히 우는 아기한테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듯이요. 여러분들의 찬란한 미래를 기대하고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 No. 55
    • 2024-04-03
    • 5985
  • 내 삶의 방식과 속도로 나아가기

    글로벌리더학 10, 김율리 동문

    내 삶의 방식과 속도로 나아가기

    보건이란 건강을 증진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우리는 건강한 식습관 유지하기, 혹은 운동하기와 같은 여러 보건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개인이 노력한다면 비교적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율리 교수는 이에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지속적인 건강 증진과 사회 전반의 건강 형평성을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공동체 차원의 문제 의식과 해결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보건 메시지’란 무엇인지, 보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그녀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보건 커뮤니케이션 (Health communication) 연구자 김율리입니다. 성균관대학교 글로벌리더학부 (구 자유전공학부) 10학번이었고, 학석연계과정을 통해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이후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University of Denver에서 3년 차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 성균관대학교 졸업 후, 해외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석사과정에 진학할 때만 해도 ‘연구자’나 ‘교수’라는 직업에 대한 뚜렷한 이해가 없었던 것 같아요. 다만 학부과정 동안 자유전공학부 소속으로 여러 전공을 넘나들며 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지만,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제가 선택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전공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해서 아쉽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석사과정에 진학해서 정성은 교수님을 만났던 것은 참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개념에 관련된 논문들이라면 수없이 밑줄을 치면서 몇 번이고 다시 읽으시는 모습이나, 연구실 책장에 빼곡히 들어찬 책 중 특정 논의에 필요한 책의 필요한 부분을 콕 집어내서 참고하시는 모습들을 보며 연구자의 모습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워갔거든요. 그렇게 석사과정 동안 연구자라는 직업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학문에 매력을 느껴 자연스럽게 박사과정 유학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물론 지도 교수님이셨던 정성은 교수님의 적극적인 지지와 권유도 해외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 중 하나였고요. ■ 박사학위까지 취득하는 동안 여러 어려움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연구자로서 힘들었던 점은 없으셨나요? 저는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자칫하면 외롭고 힘들 수 있는 박사 과정 동안, 서로를 진심으로 지지하고 격려해 주는 친구들을 만나 꽤 즐겁게 지냈거든요. 그래도 힘들었던 점을 꼽자면, 박사 첫 학기부터 강의를 하게 되어 아주 바쁜 시간을 보냈던 경험인 것 같아요. 영어도 익숙하지 않은데 대학원 세미나 수업을 준비하랴, 제가 수업해야 할 과목을 준비하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랴 정말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거든요. 숨 쉴 틈을 따로 찾아야 할 만큼 바빴던 기억인데, 나름대로 재미있었던 시간으로 기억되는 걸 보면 역시 ‘업무 강도’보다는 ‘업무 내용’, ‘함께하는 사람’과 ‘직업 환경’과 같은 요소들이 중요한가 봐요. ■ 교수님이 진행하셨던 연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는 사실 대학 시절 내내 개발 협력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보건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겠다고 결심한 이유 중 하나도 communication specialist가 되어 개발 협력 프로젝트의 효과성을 향상하고, 감염병이나 자연재해 등 비상 상황에서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기여하고 싶었기 때문이고요. 그래서 특히 기억에 남는 연구 중 하나는 말라리아 퇴치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입니다. 여전히 한 해 2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말라리아에 걸리고, 특히 전 세계 말라리아 발생의 95%가 아프리카 대륙에 집중해 있어요. 최근에는 백신이 개발되었지만, 백신이 보편화되기까지는 또 한참의 시간이 걸리기에, 여전히 많은 과학자가 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질병 중에 하나죠.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의 지원으로 저는 Eave tubes가 시범적으로 설치되고 있던 아프리카 대륙 코트디부아르의 부아커(Bouake)라는 도시에서 한 달 동안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Eave Tubes는 모기 생태학에 기반해 발명된 장치였어요. 대부분 진흙이나 벽돌로 지어진 집의 외벽에 구멍을 뚫고 설치해서 모기가 거주 공간 내로 진입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장치였지요. 현지에서 유일한 “사회과학자”였던 저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주민이 이 장치를 설치하는 데 동의하도록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어요. 구체적으로는 연구팀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회/문화적 규범이 있는지에서부터 주민들이 이 새로운 장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을 사람들 간에는 현재 어떤 대화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주민 인터뷰 과정에서 음성언어만 존재하는 지역 언어(Baoulé)를 프랑스어로, 다시 영어로 통역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협력이 필요했던 것은 물론, 이후에도 위치기반 데이터와 인터뷰 데이터를 연계해서 분석하는 데에 품이 많이 들었던 연구였어요. 이 밖에도 출발 이전부터 한 달 내내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해야 했고, 현지에서는 모기장을 설치하고 자는데도 여지없이 밤마다 모기들에 시달렸지만, 그만큼 잊을 수 없는 경험이기도 했지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학술지에 출간된 논문들 또한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 현재는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효과적인 보건 메시지를 통해 개인들이 건강 증진 행동을 하도록 동기부여 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요인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이 있어요. 저는 보건 문제가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는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사회학이나 보건학 관련 연구들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이유이기도 하지요. 아무리 좋은 이론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메시지를 제작하더라도, 환경적 요인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해요. 예를 들어 건강한 식습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읽고 모두가 당장 내일부터 건강식을 시작하지는 않잖아요? 저는 그 이유를 메시지 효과성이나 개인의 의지에서 찾기보다, 건강식을 지향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손쉽게 건강한 재료나 음식을 구할 수 있는지, 이를 준비하거나 구매할 시간적, 경제적 여유는 있는지, 주위 사람들과는 건강한 식습관에 관한 대화를 얼마나 나누고, 그 대화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등등 사회적 요소에서 찾아보려고 노력해요. 메시지를 개발할 때도 건강 문제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기보다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 주목하고,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하여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최근에는 지역 병원의 의대 교수님들과 기후 변화로부터 비롯된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를 연구하는 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관련 연구 제안서를 작성했어요. 기후 변화와 이로 인한 산불, 가뭄, 이상 고온과 같은 등의 자연재해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모든 사람이 동등한 정도의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잖아요. 특히 대기의 질이 좋지 않을 때 대개의 보건 메시지는 사람들에게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무를 것을 권고하는데, 주거 환경에 따라서는 실내 대기질이 더 나쁠 수도 있거든요. 메시지의 효과에만 주목하는 보건 캠페인이 놓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해요. 실내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 정부가 저소득 가정을 대상으로 인덕션과 환기 시설을 설치하는 등 주택을 개보수하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어요. 정부, 병원, 대학이 협력하여 해당 사업이 실제 호흡기 질환 환자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인지,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하고 얼마나 광범위하게 보급될 수 있을지를 시작으로 한 여러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현재의 계획이에요. 저소득 가정의 주거 환경이 변화한다면 이에 따라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보건 메시지에도 변화가 필요하겠죠. 주민들과 협력하여 효과적인 메시지를 개발하는 연구도 프로젝트의 중요한 축으로 포함될 예정입니다. 커뮤니케이션학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학문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학문 분야들과 협업했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날 수 있는 학문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어떻게 하면 공공 보건을 향상할 수 있는지, 나아가 건강 형평성을 높일 수 있을지, 커뮤니케이션 학자의 관점으로 계속 고민해 보고 싶어요. ■ 현재 University of Denver에서 어떤 수업을 강의하고 계시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University of Denver에서 일하게 된 이후로 Theorizing communication, Introduction to health communication, Communication for social change 등등의 과목을 강의해 왔어요. 특히 지난 학기에 개설한 Communication for social change는 빈곤 퇴치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단체인 Metro Caring과 함께한 지역사회 연계 수업으로, 학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어요.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은 직접 모금 캠페인 대상 그룹을 분석하고,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근거한 메시지를 제작하고, 나아가 그 효과성을 평가해 보는 과정을 거쳤어요. 수업의 일환으로 단체의 활동가가 초청 강연을 오거나 학생들이 무료 급식소에서 봉사자로 참여하는 등 의미 있는 경험들이 포함되기도 했죠. 학생들이 제작하여 학기 말에 비영리 단체와 최종적으로 공유한 모금 캠페인 메시지들은 제가 보기에도 독창적이고 훌륭했어요. 이번 여름에는 사진학과 교수님과 협력해 덴버 대학교의 학부생 친구들과 한국을 방문하는 여름학기 수업을 계획 중이에요. Intercultural communication과 Introduction to photography 과목을 통합한 수업인데, 한국의 여러 곳을 학생들과 함께 방문할 생각에 벌써 기대가 되네요. ■ 성대 재학 시절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굉장히 바쁜 대학생이었어요. 월화수목금, 때로는 주말에도 서로 다른 동아리 활동을 하는 날들을 보냈거든요. 학생회부터 교내 밴드부와 미술부, 인권 동아리, 독서 모임 등등 관심이 있는 분야라면 일단 발을 들여놓고 보는 성향이었던 것 같아요. 이에 더해, 성대의 국제 프로그램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공부했고, 개발 협력의 이해라는 수업을 통해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하고요. 다른 학부 수업의 일환으로 진행했던 연구 프로젝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 샌프란시스코에 UX/UI 관련 기관 탐방을 다녀오기도 했던 기억이 나요. 그때는 단순히 재미있는 일들을 좇아서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 시절에만 할 수 있는 경험들이었던것 같아요. 개인이 처한 환경과 상황이 모두 다르겠지만 각자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열심히 대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경험들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대학 생활이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 마지막으로 성균관대 학생들, 해외에서 교수직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각자의 삶을 살아내는 시기와 주관이 다르기에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조언한다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얼마 전에 유명 연예인이 한 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여러분 마음 가는 대로 사십시오. 지금까지 제가 한 말 귀담아듣지 마세요.”라는 이야기를 해서 큰 호응을 받았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 말에 매우 공감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지면을 빌려 한 마디만 전하자면, 저는 ‘무엇이 되어야겠다’라는 다짐보다는 ‘무엇을 하고 싶다’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살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저 역시 교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순간순간 제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에 집중해 왔거든요. 주위를 보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일치하는 운이 좋은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일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잘하는 일부터 하고 보자는 사람이나 그 반대의 사람도, 아니면 좋아하는 일이나 잘하는 일을 찾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가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처음부터 일치한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20대, 그리고 그 이후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특히 저마다의 포부를 가지고 성균관대 졸업 후 해외에서 학업이나 취직을 고려하시는 분들은 이제까지 살아온 것과 아주 다른 환경을 마주하게 되실 거예요. 아마 그만큼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폭도 넓어지겠죠. 남들이 뭐라고 하던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삶의 방식,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단단함을 가질 수 있길 응원할게요.

    • No. 54
    • 2024-03-19
    • 8710
  •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다!

    실감미디어공학과 류은석 교수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다!

    우리 학교 대학원 실감미디어공학과는 실감형 메타버스 ICT 기술과 문화 영상 콘텐츠 양자를 선도하는 실감미디어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2023년 설립한 첨단분야 신설 학과다. 5대 기반 기술인 영상처리, 그래픽스, 인공지능, 플랫폼, 인터랙션 기술과 5대 응용기술인 문화콘텐츠, 트랜스미디어, 디지털 휴먼 및 치료제, NFT, XR 스튜디오 기술에 특화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대학, 연구소, 전문 기업과의 국제 교류 및 산학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글로벌 전문가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류은석 교수는 실감미디어공학과의 학과장 및 사업단장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메타버스 융합대학원 국책과제를 수주하여 소프트웨어융합대학 내에 실감미디어공학과를 만들었다. 선도적인 연구와 전문적인 글로벌 인재 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류은석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최근 진행한 연구와 그 성과는. 제가 이끄는 멀티미디어 컴퓨팅 시스템 연구실은 차세대 가상현실 비디오 압축 국제 표준 기술(MIV)을 연구하고 국제 표준화를 시도합니다. 최근에는 ISO/IEC 국제 표준 조직 MPEG에서 우리 연구실이 취득한 테스트 영상을 국제 표준 실험의 필수 조건에 포함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작년 초 카네기 멜런 대학교에서 본 연구원들이 ‘연구를 위한 연구’보다는 실제 로봇을 이용한 실용적인 연구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연구실도 당장의 논문이나 실적을 위한 연구보다는 진정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노력한 결과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여러 대의 이동형 로봇에 카메라를 달아서 공간 전체를 Volumetric Video로 압축하는 기술(3차원 공간 전체를 부호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로봇을 참 좋아했는데, 내 전공과 로봇이 융합된 연구를 하니 일이 즐겁습니다. 요샛말로 ‘덕업일치’를 이루는 연구인 것 같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가 있다면. 조지아공과대학교에서 Research Scientist로 있을 때 <Three-screen TV>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의 제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업무였습니다. 프로젝트 도중 수많은 난관을 마주해야 했고 밤을 새워가며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전 세계 다양한 연구자들의 글을 살펴보고 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연구하던 중 프랑스의 한 연구자가 Open Source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 연구원에게 도움을 받아 연구를 이어간 결과 나는 프로젝트에서 목표했던 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때 ‘나 개인은 부족함이 있어도 세상의 뛰어난 사람들과 협력한다면 못 이룰 일이 없겠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연구 활동에서 개방된 기술 교류는 정말 중요합니다. - 연구실을 소개해주세요. 연구실에서 사람을 뽑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 연구실은 Greedy 하기보다는 재밌는 연구를 하며 사회에 기여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이 즐거워야 하다 보니 연구원을 뽑을 때도 ‘이 사람이 컴퓨터를 사랑하는지, 기술에 대한 진리 탐구의 열정이 있는지, 인성이 좋은지’ 등을 살펴봅니다. 자기가 좋아서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재능을 가진 사람보다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연구자로서 어려움이나 고민은.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대학원생들과 연구실을 꾸리고 함께 연구를 진행하려면 국내외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합니다. 문제는 프로젝트를 따내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많은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대학원생들을 관리하는 일이 업무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는 점입니다. 함께 연구할 대학원생들을 충분히 구하지 못했을 때, 존경하는 교수님이 최고대학을 그만두고 기업으로 옮기셨을 때 등 여러 인간적인 고충을 겪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연구보다 행정, 조직 환경이 연구자를 지치게 합니다. 현재 내가 속한 실감미디어공학과의 과제 지원 조직인 지능형 멀티미디어 연구센터를 계속 키워서 소속된 교수님들의 행정 업무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습니다. 연구자로서 self-motivated 상태를 유지하기도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시간이 되면 OTT 서비스를 통해 IT기술에 관한 다큐멘터리나 영화, 드라마를 봅니다. <Ready Player One> 같은 영화를 보면 가상현실 기술 연구에 대한 열정이 한 달은 더 생기고 AlphaGo나 NASA의 달 탐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갑자기 Lab Meeting을 소집하는 열정이 깨어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좌절을 극복할 힘을 주는 가장 큰 축복은 사랑하는 아이들 호원이와 이안이를 포함한 나의 가족입니다. - 연구자로서 목표가 있다면. 기술 자체를 좋아하는, 조금은 Geek스러운 연구자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번 생에 다른 부분은 조금 내려놓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컴퓨터 기술에 집중하여 먼 훗날 인생의 마지막까지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 이야기를 들어보니 교수님의 학부생 시절이 궁금합니다. 대학생 때를 회상해 본다면.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즐겨 했습니다. 엉뚱한 장난을 좋아해서 해킹도 해보다가 일이 터지기도 하고. 아무튼 즐거운 대학 생활을 보냈습니다. 당시 전기전자연구회라는 교내 동아리에서 CPU와 RAM, ROM을 래핑 선으로 납땜해서 이으며 밤을 새운 적이 있습니다. 그때 창밖에 첫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며 다른 후배 녀석과 ‘우린 왜 이렇게 살지?’하며 뭉클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상하게 그때가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요즘에는 온라인으로도 각종 최신 기술을 접할 수 있습니다. 기술 습득만을 놓고 생각해 보면 대학의 의미가 작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의 동아리 활동과 취미생활 등 열정에 미쳐보는 시간만큼은 그 가치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 학우들에게 한마디. 자신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냉정하게 살펴보고 도약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성균관대학교 자체는 다른 경쟁 대학들을 이기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 글을 보고 노력할 성균관대학교 학생 개인은 최고의 대학 학생들의 평균보다 더 잘 될 수 있습니다. 정점에 설 그날까지 staying motivated.

    • No. 53
    • 2024-03-06
    • 6085
  • 고분자공학으로 세상을 선도하다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이준영

    고분자공학으로 세상을 선도하다

    “저는 항상 2%의 벽을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왔습니다” 고분자란 높은 분자량을 지닌 소재로 대표적으로 플라스틱이 있다. 전기전도성 고분자란 흔히 알려진 고분자와 달리 강도, 유연성과 함께 도체의 성격을 지닌 분자체를 의미한다. 전기전도성 고분자가 상용화된다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우리 대학 공학교육 혁신센터장으로 재직 중인 이준영 교수는 전기전도성 고분자와 섬유 소재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왔다. 이에 대한 연구 성과로 2023년 상암고분자상,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선정, 그리고 올해의 성균인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보자.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공과대학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이준영 교수입니다. 저는 1992년 5월에 미국의 University of Massachusetts-Lowell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1998년 2월까지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고, 1998년 3월부터 현재까지 우리 성균관대학교에서 재직하고 있습니다. Q. 한국고분자학회 최고 학회상인 ‘상암고분자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하신 소감을 전해주세요. 정년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한국고분자학회에서 상암고분자상을 받았습니다. 저에게는 상암고분자상이 너무나 과분한 상이지만,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항상 우리 고분자학회 회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Q. 어떤 연구로 상암고분자상을 받게 되셨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학부와 석사과정에서는 섬유공학을 전공했습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유학하는 과정에서는 비선형광학(Nonlinear Optics) 고분자 재료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1992년부터 현재까지 KIST와 우리 성균관대에서는 주로 전기전도성 고분자 소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전기전도성 고분자란 것이 궁금하실 것 같아 간단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흔히 플라스틱이라고 얘기하는 일반적인 고분자는 경량이고, 적절한 강도와 유연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원하는 형태로 자유로이 제조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환경오염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널리 사용되는 유용한 소재이며, 이처럼 일반적인 고분자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입니다. 그런데 만약 일반적인 고분자의 장점은 유지되면서 전기가 통하는 고분자 소재가 있다면 그 활용성은 무궁무진할 것이기 때문에 1970년대 후반부터 전기전도성 고분자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어 2000년에 Hideki Shirakawa, Alan Heeger, Alan MacDiarmid 교수가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게 된 중요한 소재입니다. 저는 이러한 전기전도성 고분자 및 섬유 소재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왔습니다. 전기전도성 고분자의 합성, 박막제조 연구 등을 통해 디스플레이, 전자소자 등의 유연투명 전극소재로 활용하는 연구와 전자파차폐 소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텍스타일(섬유, 의류) 디바이스의 전극소재로의 활용이 가능하도록 금속 수준의 전도성을 보유한 고전도성 섬유제조에 대한 연구도 수행했습니다. Q. 연구자로서 현재 교수님의 연구 분야로 나아가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학부와 석사과정에서는 섬유공학을 전공했습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에서는 물리학과 화학이 융합된 분야의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제가 있던 미국의 연구실 교수님들과 학생들의 전공은 물리, 화학, 전기전자 등 정말로 다양한 분야였습니다. 섬유공학을 전공했던 저는 유학 초기에는 다른 분야의 용어를 이해하고, 이론을 공부하고, 실험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 조금씩 제 역할을 잘할 수 있는 학생이 됐고, 융합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학위 취득 후 한국에 돌아와 KIST에서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전기 전도성 고분자 역시 생소한 분야였지만, 미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 배우면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전기전도성 고분자 분야의 연구가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현재까지 저의 연구 분야가 되었습니다. Q. 연구를 진행하며 가장 중요하게 바라봐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모든 연구자는 연구 분야와 관계없이 인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학 분야의 연구는 실제로 활용이 될 수 있는 수준의 성과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연구실 수준의 연구 결과는 실제 활용할 때 필요한 성능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성능이 발현되어야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제가 연구를 수행하여 얻은 결과들은 항상 2% 정도 부족했던 것 같아, 어떻게 그 2%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치열하게 해왔었습니다. 제가 완벽하게 성공할 수 없을지라도, 더 우수한 후배 연구자들이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데에 제 연구 결과가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제 역할은 어느 정도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Q. 최근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어떤 연구기관이고, 교수님은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한국공학한림원은 대학, 기업 및 연구소 등에서 기술 발전에 현저한 공을 세운 공학기술인을 발굴하여 우대하고, 공학기술과 관련된 학술연구와 지원사업을 통해 국가의 창조적인 공학 기술 개발과 지속적인 발전에 기여하고자 1996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주요 사업으로는 정기토론회, 정책연구, 공학기술 진흥, 국제교류 및 한림원상 시상 등이 있습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정회원, 일반회원, 원로회원, 외국회원, 명예회원 및 단체회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회원은 300명으로 정해져 있고, 일정 기간이 지난 일반회원 중에서 정회원을 선정합니다. 저는 2018년에 일반회원으로 선정되었고, 2024년부터 정회원으로 선정되었으며, 현재 화학생물공학분과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는 인재양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산학협력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현장실습학기제를 개선하기 위한 “지속가능 동반성장 현장실습 생태계 구축”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이 밖에도 공학교육혁신 상설협의체에 참여하여 공학교육혁신에 작게나마 기여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 인재양성위원회에서 우리나라 공학도를 양성하기 위한 주제의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 국가경쟁력 강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할 계획입니다. Q. 지난 2023년 11월에 올해의 성균인상 대상도 수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수상소감 부탁드립니다. 정년퇴임이 2년 반 남은 제 인생 느지막이 상암고분자상 수상,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선정과 올해의 성균인상 대상 수상 등 저에게는 너무 감사한 일들이 많이 생겨 얼떨떨하기도 하면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올해의 성균인상을 수상한 것이 가장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 성균관대학교에서 혜택만 받아온 저에게 이렇게 큰 상을 수여해 주셔서 송구하기도 하면서 정말 기쁩니다. 제가 만약 다른 대학의 교수로 재직했다면, 제가 우리 대학에서 이룬 작은 성과들이나마 이룰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저의 결론은 아니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성균관대학만의 DNA를 가진 우리 대학에는 우수한 동료 교수님, 직원 선생님, 연구원님 및 학생과 학교의 적절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큰 상을 수여해 주신 우리 성균인 분들께 모두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Q. 공학교육혁신센터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2017년부터 공학교육혁신센터장을 8년째 하고 있습니다. 너무너무 오래 했죠. 공학교육혁신센터는 2005년에 설립되어 공학교육혁신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공학교육인증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에서 지원하는 공학인재 양성 지원사업들을 수주하여 수행하고 있습니다. 당초에는 공학 관련 전공 학생들만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전공과 관계없이 인문사회캠퍼스 학생들까지도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개방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러 어려운 여건에서도 우리 학생들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시는 연구원님들과 조교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Q. 마지막으로 우리 성균관대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항상 난감합니다. 여러 얘기를 하면 꼰대의 잔소리로 생각하실 수도 있으니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저도 제가 경험하거나 생각한 것만을 토대로 말씀을 드리는 정도이니 매우 주관적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우리 성균관대 학우 여러분께 한 말씀 드리면, “무조건 담대히 도전하고 많은 것을 경험하라”입니다. 교실에서 배우는 지식과 학점을 잘 받는 것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캡스톤디자인 프로젝트와 같이 몸으로 익히는 비교과 경험을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규 수업 외의 경험들이 여러분들의 긴 인생에서 더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비교과 프로그램들은 단기간 내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여러분이 나중에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제는 대학의 수업 시간에서 여러분의 미래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시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모르는 것이 생길 때마다 자기주도학습과 동료학습 및 AI 학습 등을 통해 빠르게 배워 활용할 수 있는 인재가 경쟁력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역량이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복 학습과 경험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쌓이는 것이 진정한 역량입니다. 프로젝트 주제와 수행 내용과 관계없이 다양한 분야의 전공 학생들과 같이 하는 팀 프로젝트에 담대히 도전하고, 경험을 쌓으세요. 여러분께서는 자기주도 및 동료학습 역량이 향상되는 것을 느낄 것이고,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것이 바로 우리 성균관 대학이 추구하는 학생성공이 아닐까 생각하고, 학생성공은 인생성공을 위한 하나의 준비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성공의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우리 성균관대학교 모든 학생이 끊임없이 담대하게 도전하고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여, 학생성공을 성취하고, 궁극적으로는 인생성공을 이루기를 무궁히 기원합니다. 성균웹진 이준표 기자

    • No. 52
    • 2024-02-20
    • 5755
  • "한국학의 세계화를 위한 열정"

    국제한국학센터(IUC) 로스 킹 교수

    "한국학의 세계화를 위한 열정"

    우리 학교 동아시아학술원은 세계적 수준의 동아시아 전문가를 양성하는 학문으로서 동아시아학을 확산하기 위해 대동문화연구소, 성균중국연구소, 국제한국학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국제한국학센터(IUC)는 전세계 ‘한국학 연구자’ 및 ‘한국 전문가’를 육성하는 기관으로 국제 한국학의 허브다. 오늘은 국제한국학센터의 설립자 Ross King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캐나다 브리티쉬 컬럼비아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로스 킹 교수입니다. | 한국학 연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고 들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떠한 계기로 한국학을 연구하게 되셨나요? 어렸을 적부터 외국어와 외국 문화 공부에 관심이 있었어요.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여름마다 미네소타주에 있는 언어마을에 가서 독일어와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을 집중적으로 배웠죠. 대학 진학 후에는 유럽과 관련이 없는 이국적인 언어를 배워보고 싶었어요. 일본어, 아랍어 그리고 한국어를 대학에서 처음 접했죠. | 한국학 연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언어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한국어문학에 매력을 느낍니다. 특히 20세기 이전 한국 문학에 관심이 있어요. 한국 문자로 된 자료를 찾아보고 한국의 사회상이나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합니다. 한국어 교육에 대한 관심도 빼놓을 수 없어요. 최근에는 K-POP 열풍으로 인해 한국학에 매력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들을 위한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움을 느끼고 있어요. | 교수님께서 국제한국학센터(IUC)의 공동 설립자로서 전세계 한국학 연구자 및 한국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IUC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IUC는 북미 5개 대학 하버드대, UCLA, UBC, 스탠포드대, 미시건대와 공동 운영하고 있는 국제 한국학의 허브입니다. 국내외 한국학 연구자, 전문가, 기관들을 연결하고 상호 소통을 도와 성균관대학교를 국제 한국학의 세계적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IUC가 북미와 유럽의 한국학 인재를 성균관대학교 자원으로 확보해준다면 우리 학교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도 올라갈 겁니다. 한국학은 현재 골든타임에 진입했어요. 중국학은 이미 1963년 Tsinghua University에서 IUP Chinese Language Studies를 설립해 졸업생을 2,500명 이상 배출했습니다. 일본학 역시 Yokohama Center와 Stanford University가 함께 IUC Japanese Language Studies를 설립해 9개 이상의 장학기금을 확보했습니다.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편이죠. 이에 비하면 한국학의 IUC는 뒤늦은 출발과 소극적인 운영이 문제입니다. 국내에서도 IUC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나와야 합니다. | IUC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근본적인 문제는 장학금입니다. 북미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빚을 안고 졸업해요. 장학금이 잘 마련된 일본, 중국과 달리 장학금이 없는 한국은 학생들에게 경쟁력이 없어요. 장학금이 마련된다면 지금보다 많은 학생들이 한국 IUC에 오려고 할 겁니다. 다양한 장학 재원을 확보해야 돼요. | 미국 미네소타주 콩코르디아 언어 마을에서 한국어 마을을 설립하고 한국 문화 보급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44회 외솔상을 받으셨어요. 수상을 축하합니다. 한국어 마을 설립과 관련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북미에서의 한국어 교육을 파이프라인으로 생각한다면 한국어 마을은 파이프라인의 입구입니다. 대학교에서 4년 동안 한국학을 전공하는 것만으로는 한국학에 대한 창조적인 연구를 할 수 없어요.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에게는 한국학이 그만큼 어려운 학문입니다. 대학교에서부터 공부를 시작하면 늦어요. 시간적 투자가 더 필요해요. 아직 북미 지역에는 18세 이하 청소년을 위한 한국어 교육기관이 없습니다. 한국어 마을이 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 다방면에서 한국학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한국학을 연구하는 지난 40년 동안 느낀 답답함 때문입니다. 국제 한국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한국인의 힘에만 기대서는 안 됩니다. 해외 경험도 없고 학자도 아닌 자들의 말을 들어서도 안 되고요.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저는 외국인으로서 해외 한국학자, 현지 학습자들의 입장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성균웹진 이다윤 기자

    • No. 51
    • 2024-02-06
    • 4599
  • 미디어 메시지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수학 06, 허유진 동문

    미디어 메시지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펜실베이니아 주립 대학교 허유진 교수는 우리 대학 수학과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심리학을 깊이 연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The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Penn State)에 조교수로 재직 중인 허유진입니다. 저는 성균관대 학부와 석사를 졸업했고, 미국 University of South Carolina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Penn State 내 The Donald P. Bellisario College of Communications의 AD/PR Department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성균관대학교에서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까지 가시게 된 과정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원래 성균관대에서 수학을 전공하던 학생이었는데, 막연히 언론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신문방송학을 복수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전공과목으로 들었던 전략 커뮤니케이션 과목 수업에서 저의 은사님이신 정성은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이것이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 학문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학부 졸업 후, LG CNS에 입사하여 컴퓨터 프로그래밍 업무를 잠시 한 적이 있지만, 다시 대학원으로 돌아와 정성은 선생님의 지도 아래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당시 두 돌 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어, 박사 유학을 많이 망설였는데요. 공부를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라는 지도교수님의 조언에 큰 용기를 내어 박사 유학에 도전했습니다. 이후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공부를 하며 박사 과정 마지막 학기에 잡마켓에 나가 작년 가을 Penn State에 조교수로 임용되었습니다. Q.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에서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시나요? 저는 현재 Penn State에서 광고 메시지를 중심으로 한 전략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이해가 중요해진 요즘 인간과 AI의 상호작용이 소비자의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그들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AI 미디어 활용에 따른 윤리 문제나 규제 문제에 관한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실험 등의 양적 연구 방법론과 컴퓨테이셔널 방법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Q. ‘전략적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심리학’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오셨던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와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Mass Communication and Society라는 커뮤니케이션학 저널에 게재가 확정되어 출판을 기다리고 있는 논문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Why do People Underestimate Polling Effects? Examining the Gap Between Actual and Perceived Polling Effects”라는 제목의 미디어 심리학에 관련된 논문인데요. 기존의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미디어 메시지가 자신의 의견에 미치는 영향은 과소평가하고,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몇몇 학자들이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렇게 편향된 지각을 갖게 하는지 밝히고자 했으나, 연구 방법론상의 문제로 오랜 시간 이에 대한 검증이 쉽지 않았습니다. 저와 제 연구팀은 기존 연구의 한계를 분석, 보완하여, 미디어 메시지가 수용자의 기존 입장을 약화시킬 때, 사람들이 메시지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혔습니다. 제 연구가 다른 연구와 차별화 되는 독특한 점은 체계적으로 메시지 영향력 지각의 편향 정도를 측정했다는 점과 “미디어 메시지에 의한 기존 입장의 변화”라는 새로운 변수를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연구 결과도 흥미롭지만, 이 연구가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이유는 2015년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저널에 싣기까지 장장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에요. 저널에 투고했다가 거절당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논문을 자그마치 몇 백 번은 고쳐 쓴 것 같아요. 도중에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많았지만, 끝까지 붙잡고 있었기에 결국 좋은 결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긴 여정을 이끌어 주신 지도교수님과 같이 고생해 주신 팀원들에게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앞으로 학자로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게 될 텐데, 지난 8년 동안의 오롯한 실패와 도전의 경험들이 저에게 큰 자산이 될 것 같습니다. Q. 해외 대학교에서 근무 하면서 좋은 점과 힘든 점을 알려주세요. 미국 대학교에서 일하며 좋은 점은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공받는다는 점이에요. 특히 새내기 교수의 경우 마음 놓고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서비스에 대한 부담도 거의 주지 않아요. 제가 맡은 수업을 펑크내지 않는 이상, 일주일에 학교에 며칠이나 나오는지, 출퇴근은 언제 하는지 아무도 간섭하지 않습니다. 수업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제 임의로 자유롭게 쓸 수 있고, 그 시간을 이용하여 제가 관심 있는 주제로 자유롭게 연구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힘든 점은 아무래도 언어장벽이 있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다 표현이 안 될 때가 있어요. 외국인 교수로서 외국 대학교에 근무하는 이상 평생 고민해야 할 숙제인 것 같아요. 또한, 제가 College 내 유일한 한국인 교수라는 점이 좀 아쉬워요. 동료 교수들과 티타임도 갖고, 점심도 먹고, 서로의 자녀를 데리고 플레이 데이트도 하는 등 즐겁게 잘 지내고 있지만 가끔은 한국인 동료와 한국 음식을 먹으며 한국말로 수다를 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Q. 대학원 재학 시절 연구실 생활이 어떠셨는지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석사 때는 지도 교수님과 정기적으로 만나 공부하던 시간들이 기억에 남아요. 저의 지도 교수님께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저희를 앉혀 놓고, 논문 읽는 법부터 통계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데이터를 분석하는 법, 기존의 연구에 물음표를 던지는 법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가르쳐 주셨어요. 그때는 모든 대학원생들이 다 그렇게 지도받는 줄 알았는데, 박사에 진학하고 나서야 제가 특별한 경험을 했음을 깨달았습니다. 늘 유쾌했던 선생님과의 대화 속에 행복하고 재미난 삶을 살 수 있는 지혜도 배울 수 있었어요. 방학을 맞아 한국을 방문할 때면,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선생님을 찾아 뵙는 일인데요. 오늘은 또 어떤 귀한 말씀을 해주실까 생각하며 선생님을 뵈러 가는 그 길은 여전히 즐겁고 신납니다. 박사 유학 시절에는 동료들과 같이 지낸 랩 생활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희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박사 과정 학생들이 큰 연구실에서 함께 생활을 했는데요. 다 같이 모여 수업 과제를 했던 일, 학회 페이퍼 데드라인 직전에 힘을 모아 페이퍼를 마무리했던 일, 티칭을 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나누었던 일, 동료들의 크고 작은 이벤트 등을 축하했던 일 등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함께 울고 웃던 동료들이 있었기에 힘든 박사 시절을 잘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가 되어 저만의 연구실을 갖게 되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가끔 복작거리던 대학원 랩실이 그립습니다. 제 대학원 생활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육아가 있겠네요.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며 늘 시간에 쫓기다 보니, 밀린 과제를 하느라 늦은 밤까지 깨어 있는 날이 많았어요. 지금 다시 그 생활을 반복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은데 (웃음), 그래도 존재 자체만으로 제게 힘을 주는 두 아이들이 있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끝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Q. 성대 재학 시절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교수가 되고자 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착실히 수업을 듣고, 학점을 관리하던 학생이었어요”라고 대답해야 정석일 것 같은데, 실제로는 모범생과는 거리가 매우 먼 학생이었습니다. (웃음) 고등학교 시절, 저는 제가 수학을 잘하고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으로 하려니 적성에 맞지 않더라고요. 출석만 대충 하고 수업 때 도망간 적도 많아요. 당연히 학점도 좋지 않았죠.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졸업하기까지 6년이나 걸렸습니다. 오죽했으면, 졸업 시험 중 한 과목을 담당하셨던 교수님께서 네가 성균관대 수학과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아라 그러나 수학과 학생이었다는 사실을 잊지는 말라 하시며 수학자의 역사가 담긴 브로마이드를 선물로 주셨던 기억이 나요. 비록 열심히 전공 공부에 매진하던 학생은 아니었지만, 그 시절의 저는 치열하게 고민하며 제 진로와 적성을 찾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아직 길을 정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후배님들이 계시다면, 여러분의 가슴을 진정으로 뛰게 하는 일을 만날 때까지 최대한 많은 경험과 도전을 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요? 먼저 끊임없이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멋모르던 때에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논문을 써야만 좋은 연구자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그러나 석사, 박사 과정을 거치는 동안 연구란 결국 한 걸음 한 걸음 쌓아가는 과정이며, 사소한 발견일지라도 그 안에 큰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연구에 매진하며 학계에 작은 디딤돌이나마 꾸준히 놓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한 제 연구들이 세상을 발전시키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입니다. 다음으로,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특출 난 친구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은 수업을 빼먹는 법도 없고, 과제 마감 기한을 잘 지키고, 시험 성적도 좋습니다. 그런 학생들을 만날 때면 기특하고 고마워요. 제가 대학 시절 방황을 많이 해서인지, 잘 따라오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보면 더 마음이 가요. 제 수업에 들어오는 모든 학생들이 저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 속에 힘을 받고 교실 문을 나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해외에서 교수직을 희망하는 후배들을 위한 방법 혹은 필요한 마음자세가 있을까요? 교수가 되고자 한다면 박사 기간 중에 달성해야 하는 과업들이 있습니다. 학회 발표, 논문 게재, 티칭 등 인데요. 여러분보다 조금 앞서 교수의 길을 걷고 있는 선배들의 이력서(CV)를 잘 살펴보시면, 어떠한 준비들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이를 바탕으로 졸업까지 여러분들이 해야 할 과제들에 대한 타임라인을 설정하시고, 각 시기에 맞게 해당 계획들을 차근차근 달성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박사 유학 후 교수가 되는 길이 굉장히 막연할 것 같지만,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 하나씩 이루어 나가다 보면 졸업 즈음 잘 준비된 교수 후보자가 되어 있을 거예요. 커뮤니케이션 전공과 관련하여 해외 교수직을 희망하는 후배님들이 있다면 성균관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대학원 진학을 강력히 권유합니다. 우리 학과에는 여러분께 귀중한 조언과 가르침을 주실 훌륭한 교수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저와 같은 시기에 그분들의 지도 아래 공부했던 많은 동료들이 현재 국내외 유수한 대학에 자리를 잡아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성균관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대학원에서 즐겁게 공부하시며 학자의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성균관대 학생들에게 응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스스로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가 되어주세요. 어려운 입시를 뚫고 성균관대에 입학한 여러분은 이미 충분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꿈이 없어도 괜찮아요. 조금 늦어도 괜찮아요. 실패해도 괜찮아요. 빠른 시일 내에 무언가 이루어야만 한다는 강박은 잠시 내려놓고, 가끔은 맛있는 것도 먹여주시고, 근사한 곳도 데려가 주시고, 잘한다 잘한다 칭찬도 해주세요. 여러분 스스로를 믿고 다독이며 뚜벅뚜벅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여러분이 원하는 그곳에 있을 겁니다. 성균웹진 이준표 기자

    • No. 50
    • 2024-01-22
    • 7745
  •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디자인하고 싶어요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송하연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디자인하고 싶어요

    그야말로 초개인화의 시대다. 정교한 개인화 서비스 구현에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이 과정에서 기술 소외 계층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 ‘누구나 쉽고 꾸준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꿈꾸는 인물이 있다.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송하연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의 송하연입니다. 저는 인간이 컴퓨터, 인공지능, 스마트폰과 같은 기계를 사용할 때의 심리적 효과를 연구해요. 특히 어떻게 기술을 디자인해야 사람들이 더 편하고 쉽게 기계를 사용할 수 있을지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현재 HCI (Human-Computer Interaction) 분야를 연구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HCI 분야에는 어떠한 계기로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대학생 시절 인터넷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기술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막연한 관심이 있었어요. 대학원 수업에서 인간과 로봇의 인터랙션을 바탕으로 한 실험을 진행하면서 HCI 분야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기계와의 인터랙션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간의 심리학적 특성들이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후 대학원에서 뉴미디어를 사용하여 건강과 의료 분야에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연구를 하며 앞으로도 이 분야를 연구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운동 게임 실험과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중재 연구를 재밌게 했습니다. 교수가 된 이후에는 공학 대학과 의과대학 교수님들과의 협업을 통해 밀워키 저소득층 임산부를 위한 모바일 닥터 개발, 금연 게임 개발, 치매 예방게임 개발 등을 하면서 실제로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내가 하는 연구가 실제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가 나왔을 때 느끼는 보람이 좋아서요. | HCI 연구에는 어떠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기술이 인류에게 도움을 줄 가능성의 범위가 계속 확장되고 있어서 기계를 잘 디자인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한다는 것은 인류에게 도움을 줄 가능성을 더욱 넓힌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HCI 연구가 교육이나 건강 분야의 애플리케이션을 어떻게 더 잘 디자인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사람들이 더 잘 배울 수 있고 더 건강해질 수 있겠지요. 그런데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앱이라도 사람들이 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쓸 수 있는 앱을 디자인해야 그 기계가 인간에게 주고자 하는 이익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HCI이고 바로 이것이 HCI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 <Teacher-student Relationship in Online Classes: A role of Teacher Self-Disclosure> 논문의 2023 Distinguished Article Award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논문에서는 어떠한 연구를 진행하셨나요? 이 논문은 제가 온라인 수업을 할 때 학생을 교육하는 선생님으로서 수업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시작하게 되었어요. 대면 수업을 하다가 온라인 수업을 처음 하려니 대면 수업과 온라인 차이점을 자꾸 비교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들이 더 잘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거든요. 저의 첫 직장인 University of Wisconsin-Milwaukee의 교수님들께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하시는지 팁을 여쭤봤었는데 교수님마다 생각하시는 게 전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한 교수님은 자기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궁금해서 실험을 해봤다고 알려주셨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온라인 수업 관련 연구에 대한 영감을 얻었어요. 이 논문은 온라인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 형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를 잘 구축하여 교육 성과를 더 높일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입니다. 이 연구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요. 첫 번째 부분에서는 온라인 수업에서 선생님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기 공개가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와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지 밝혔습니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구조방정식의 다 집단 분석을 통해 전체 메커니즘을 global level로 비교하고 각 변수 간의 관계를 local level로 비교하였습니다. | 이렇게 훌륭한 성과를 얻어 내기까지의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교수님은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또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원생 시절 어떤 학생이 자신의 오피스 책상에 ‘졸업 논문의 가장 큰 적은 나에 대한 의심이다’라는 글귀를 써놓은 걸 본 적이 있어요. 저는 이 글이 꽤 마음에 와닿았어요. 나에 대한 의심은 비단 졸업 논문에만 큰 적이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누구나 ‘내가 과연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일은 어려워 보이고 다른 사람은 다 똑똑한데 나만 바보 같고 나의 능력이 부족해서 못 할 것 같고. 그런데 그때 나의 가장 큰 적은 나의 부족한 능력이 아니라 ‘내가 부족한데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 바로 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이라는 거죠. 아무리 힘들어도 나 자신을 의심하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기만 하면 어쨌든 가장 큰 적은 물리친 셈이니까 해볼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요즘 학생 중에서도 “저는 자존감이 낮아요, 제가 정말 할 수 있을지 걱정돼요”라고 고민하는 학생이 있으면 저는 이 이야기를 해줘요. 너의 가장 큰 적은 너를 의심하는 마음이라고. 힘들수록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나를 깊이 믿어주는 일이라고요. 연구는 내가 궁금했던 주제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꽤 흥미롭고 다이나믹한 일이에요. 함께 일하는 연구자들과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재밌고요. 연구는 절대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분명히 재미 있는 일이에요. 저는 연구의 재미를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대학원생들이 연구 주제를 정할 때도 ‘네가 생각했을 때 너무 재밌고, 궁금하고, 가슴이 뛸 정도로 열정이 가는 일을 찾아보라’고 해요. 이렇게 연구를 시작하면 끝까지 하는 게 그렇게까지 지난하지는 않아요. 본인이 재미를 느끼니까요. | 앞으로 교수님의 연구자로서의 목표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기술을 이용해서 사람들이 더욱더 건강하고 행복해질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고 싶습니다. 항상 나의 옆에서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나만을 위한 인공지능 건강 도우미를 디자인해서 사람들이 꾸준히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건강을 잘 챙길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기술을 연구하고 디자인할 때 기술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을 고려하면서 연구를 진행하려고 노력해요. 특히 우리나라는 노인들의 기술 소외 문제가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현재 노인을 위한 UI/UX 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연구를 통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수업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해주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우리의 뇌가 얼마나 놀라운 가능성을 가졌는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어떤 사람이 3개월 동안 저글링 연습을 했더니 해당 활동을 관장하는 뇌의 부분이 실제로 커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뇌가 스스로 변화하는 성질을 뇌 가소성(brain plasticity)이라고 해요. 이 연구가 발표된 뒤, 학자들이 노인을 대상으로도 같은 연구를 진행해 본 결과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기는 했지만, 노인의 뇌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뇌도 자기 구조를 바꿔가며 여러분을 도와줍니다. 여러분의 가능성에 대한 가장 큰 적은 여러분 자신에 대한 의심이에요. 나 자신을 믿고 내 마음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우면서 내 생각을 조심하세요. 생각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 됩니다. 마음 먹고 꾸준히 하다 보면 뇌도 나를 도와주니까요. 성균웹진 이다윤 기자

    • No. 49
    • 2024-01-09
    • 4828
  • 두려움을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

    영상학과 05, 장재현 동문

    두려움을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

    두려움 속에서도 궁금증을 피어나게 하는 영화감독이 있다. 그가 겪은 각양각색의 경험과 노력은 작품에서 고스란히 묻어나며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리대학 영상학과 05학번 장재현 동문은 ‘검은 사제들’로 영화감독으로서의 성공적인 데뷔를 치렀다. 전작에 이어 2019년에 개봉한 ‘사바하’는 다시 한번 한국 영화 오컬트 장르에 큰 획을 긋기도 했다. 돌아오는 2월엔 유년 시절의 기묘한 기억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차기작 ‘파묘’가 개봉할 예정이다. 그 만의 경험과 취향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장재현 감독의 작품세계를 함께 들여다보자. Q. 어렸을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기를 꿈꾸셨나요? 어릴 때부터 영화를 매우 좋아하긴 했지만,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원래는 00학번으로 입학할 나이에요. 조금 늦게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죠. 재수하러 서울에 올라왔다가 길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된 적이 있어요. 그때 촬영 현장을 직접 보고, 영화인이 되고 싶다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멀게만 느껴졌었거든요. 그날 촬영 현장을 직접 봄으로서 제가 좋아하기만 하던 영화를 현실적인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 이후 영화인이 되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다 보니, 영화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바로 입대하게 되었고, 군대에서 입시 준비를 해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Q. 우리대학에 재학 중이던 당시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영상학도 장재현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00학번의 나이지만 05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남들보다 5년이나 뒤처졌다는 생각 때문에 항상 열등감에 시달렸던 것 같아요. 동기들은 대학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어린 친구들인데, 제 또래인 선배들은 벌써 단편 영화를 찍기도 하고 영화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언제나 조급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신입생이지만 선배들이랑 더욱 같이 다니려 하고, 빨리 목표에 도달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별로 놀지도 않았죠. Q. 그러면 대학 생활을 제대로 즐기시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계신가요? 네, 조금이라도 놀 걸 후회가 되네요. 막상 영화감독이 되어보니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보다는 연애하거나 학교 사람들과 놀기도 하고, 추억도 쌓으며 영화 외적인 경험을 하는 것들이 훨씬 도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에 다니며 영화 외적인 일들을 적게 해본 게 후회되더라고요.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보기도 하고, 다른 학과 수업도 들어볼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영상학과였지만 디자인학과나 국문학과 수업을 들어보거나, 다른 분야에 있는 친구들을 사귀어 보기도 하고 열심히 놀며 여러 경험을 해보려 노력할 것 같아요. Q. 첫 데뷔작을 찍으시기까지, 겪으신 어려움이 궁금합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대부분 사람들은 상업영화의 연출부에 참여하며 천천히 경력을 쌓아갑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제 주변에 상업영화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대학도 늦게 들어가다 보니 연출부에 들어가기엔 나이도 많은 편이라 겁이 났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저는 영상학과를 졸업한 뒤, 상업영화 연출부에 들어가지 않고 혼자서 이것저것 해보려 했었어요. 2년 정도 혼자 노력하다 보니 저 스스로가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혼자 모든 것을 하려다 보니 정말 힘들었죠. 결국 상업영화 연출부의 조감독 생활을 하게 되었어요. 조감독 생활을 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상당히 힘들 것 같은데요,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감독님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결혼을 조금 빨리 한 편입니다. 학교에 다니던 중 결혼했거든요. 아이는 없었지만, 일찍이 가정을 꾸리게 되어 아내로부터 얻은 응원과 지지가 제가 영화감독이 되는 데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 1년간 해외의 NGO 단체에 취업해 아프리카에서 일을 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학창 시절에 유학을 갈 기회가 있었지만,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 어떤 경험이 더 도움이 될지 고민이 되더군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워서 얻는 것보다 직접적인 경험을 쌓으며 배우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유학을 포기했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보며 배우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NGO 단체에 계셨던 경험이 흥미로운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나미비아라는 나라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했어요. 동양인이 하나도 없던 지역이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생판 모르는 아프리카 오지에 있는 학교에서 교감 선생님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하니 처음에는 참 막막했습니다. 정말 척박한 지역이었거든요. 그러나 제가 맡았던 프로젝트를 무사히 완수할 수 있었고,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못 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Q. 감독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경험과 취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크리에이터들은 어느 직종이든 상관없이 취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고 말하며 자기만의 특별한 취향이 없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보다는 흔히 오타쿠라고 불리는, 자기가 꽂혀있는 것들이 있는 사람들이 창작물을 만들어낼 때 더욱 유리한 것 같습니다. 입맛도 호불호가 강한 그런 사람들이요. Q. 영화감독이 되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감독님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들보다 기억력이 좋다는 것이 저만의 강점인 것 같아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도시와는 동떨어진 시골에서 살았어요. 다들 상상하시는 곳보다 더 시골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웃음) 그 당시 민속적이고 토속적인 장면들을 보며 자랐습니다. 우리 집이 종교색이 짙은 집안인데, 그런 집안 분위기와 유년 시절 겪은 경험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 마을에서 100년이나 된 무덤을 파서 옮기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그때 처음으로 무속인이 찾아와서 굿을 하고,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묘를 파고, 100년 된 관을 꺼내던 것을 볼 수 있었죠. 그때의 장면들은 10살이 채 되지 않았을 때 본 것임에도 불구하고 생생하게 기억나더라고요. 이번 신작도 그때의 기억을 담아 만들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독특한 환경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그 당시의 기억을 지니고 있는 것이 어떻게 보면 시나리오를 쓰고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Q. 영화를 제작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나 자신도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감독이 되면 창작자로서 만들고 싶은 영화와 관객으로서 보고 싶은 영화가 무엇인지 헷갈리거든요. 그래서 더욱 저는 관객으로서 이 영화가 보고 싶을지, 과연 이 영화가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계속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그냥 제 취향에 맞는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러나 그것을 최대한 배제하고, 내가 관객이라면 재밌어할 것 같은 장면과 예고편만 보더라도 개봉 날 달려가서 볼 것 같은 영화를 만들려 합니다. 저 스스로를 끊임없이 감독이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객관화시키는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Q. 새로운 영화를 기획하시는 과정이 궁금해요.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이 세상에 안 만들어진 영화가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 보고,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합니다. 사실 영감을 얻거나 소재를 얻는 특별한 방법은 따로 없는 것 같아요. 많은 것들을 접하고,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어느 날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우리 업계 사람들은 그걸 그냥 이야기를 만난다고 표현해요. 이야기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느 순간 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집에 가만히 있으면 절대 만날 수가 없어요. 밖으로 나가 책을 보고, 영화를 보고, 연극을 보고,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어느 순간 어떤 이야기와 나의 정서가 맞닥뜨려지며 이야기를 만나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즉,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많이 움직여야 하죠. 저 역시 항상 여러 창작물을 읽고,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여행도 다니곤 합니다. 그 시간이 꽤 고뇌의 시간이에요. Q. 벌써 세 번째 영화 개봉을 앞두고 계신데요, 전작들과 차별점을 만드시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전작들을 만들어가며 느꼈던 단점들을 보완하려 계속 노력합니다. 예를 들면 저의 데뷔작 ‘검은 사제들’은 캐릭터가 스토리보다 우위에 있어 서사가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번째 작품 ‘사바하’는 서사가 캐릭터들을 잡아먹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서사와 캐릭터의 밸런스를 맞추려고 제일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신작 ‘파묘’는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의 중간 느낌으로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어요. Q. 신작 ‘파묘’ 제작 비하인드를 살짝 들려줄 수 있으신가요? 돌아오는 2월에 개봉하는 ‘파묘’는 묘를 이장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에 100년 된 관을 파서 꺼낼 때 봤던, 목관으로부터 느꼈던 아주 이상한 기분들이 있었어요. 뭔가 무섭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죠. ‘파묘’는 그 당시의 제가 느꼈던 묘하고도 음침한 생각들이 지금의 저를 계속 두드려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전작 ‘사바하’가 끝난 뒤, 묘를 파내던 이야기를 좀 더 파내봐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많은 사람을 만나봤어요. 장의사, 풍수 지리사, 무속인, 그리고 장르 협회 사람들과 같이 소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만한 분들은 전부 만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같이 자격증 공부를 하기도 하며 이야기에 살을 붙여나갔죠. 2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Q. 이번 영화를 기획하시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이번 시나리오를 쓸 때 코로나가 터졌어요. 그래서 직접 극장에 찾아가면서까지 보고 싶을 영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영화 푯값이 많이 오르기도 했고, OTT의 활성화로 인해 꼭 극장에 방문해 영화를 볼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체험적인 요소들과 오락적인 요소들을 최대한 영화에 녹여냈습니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오락성은 몰입도입니다. 이야기에 빠르게 몰입할 수 있게 인물과 이야기들을 만들었어요. 사운드와 화면을 통해 영화를 보자마자 느낄 수 있는 직관적인 요소들을 많이 넣었습니다. 사유하지 않고 보자마자, 듣자마자 느낄 수 있는 것들 말이죠. Q. 앞으로 어떤 영화인이 되고 싶으신가요? 변하지 않고 계속 발전하는, 그런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영화계에 종사하며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가 있겠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영화들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내적으로 끊임없이 성장해 나가는 그런 감독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내면으로나 작품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나 깊이가 더욱 깊어지는 감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흥행작들을 줄지어 만들어내는 것보다도, 이런 것들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마지막으로 영화인을 꿈꾸는 성균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영화인을 꿈꾸는 학생들과,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인 것 같습니다. 실전에 도움이 될 만한 많은 경험은 학교 도서관엔 없는 것 같아요. (웃음) 제일 안 좋은 것이 학교에서 과제만 하며 가만히 앉아있는 것인 듯합니다. 과제도 열심히 하되 학교 밖으로 나가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아 나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2월 말에, ‘파묘’라는 영화가 개봉할 예정인데요, 극장에서 찾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웃음) 성균웹진 윤지민 기자

    • No. 48
    • 2023-12-26
    • 5895
  • 세상에 주어진 더 나은 선택지,▼김태완 교수와 AI 경영 윤리 이야기

    철학과 00, 김태완 동문

    세상에 주어진 더 나은 선택지,김태완 교수와 AI 경영 윤리 이야기

    생각을 생각하고, 존재의 존재성을 증명하는 것. 그것이 철학이 가진 매력일 것이다. 김태완 교수는 우리 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에서 기업윤리를 가르치고 있으며, 최근 국제학술대회에서 ‘삼성이 철학가를 고용하는 것은 어떨까요?’라며 기업 윤리의 중요성을 일깨운 인물이다. 그는 토론하고 질문하는 철학을 사랑했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기업 윤리, AI 윤리란 투자하며 더 나은 길로 세상을 이끄는 것을 말한다. 기업의 경영 윤리에 대한 투자가 세상에 더 나은 방향으로의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기업윤리, 그리고 AI 윤리에 대한 김태완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균관대 철학과 00학번 김태완이라고 합니다. 2012년부터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카네기멜론 대학의 경영대학에서 기업윤리 교수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상당수의 경영대학에 윤리학을 전공한 교수들이 있습니다. 제가 박사 학위를 했던 펜실베니아 대학의 경영대학에는 10명 넘는 윤리학 전공 철학자 교수님들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MBA의 필수 과목인 기업윤리를 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가끔 윤리 이론 세미나를 경영대학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가르치기도 합니다. Q. 지난 10월 이건희 선대 회장 3주기 추모 국제학술대회에서 삼성의 윤리 경영에 대해 언급하신 바가 있는데요,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기업의 윤리란 어떤 것을 지키는 건가요? 기업 윤리란, 짧게 말하자면 어떠한 기업 활동을 하더라도 대다수의 윤리 이론이 이야기하는 바에 따라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령 아마존이라는 기업이 직원을 채용할 때 정당한 이유 없이 남녀를 차별하면 윤리적인 잘못이죠. 어떤 조건을 충족한 차별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상당한 이론적 논의가 있습니다. 기업 윤리에서는 이러한 이론적 논의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들이 재무나 회계를 제대로 하기 위해 그 분야의 전문가를 채용하듯이 윤리 이론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을 채용해야 하는 거죠. ▲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 학술대회 [사진출처 : 헤럴드경제] Q. 삼성의 윤리 경영에 대해 첨언하신 부분이 구체적으로 궁금합니다. 삼성이 CSR 활동을 이어가면서 윤리 경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기본적인 윤리 규칙들이 아주 중요합니다.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첫째는 요란한 빈 수레가 되면 안된다고 했습니다. 윤리적으로 좋은 활동을 한다고 선전하는 기업일수록 빈 수레일 가능성이 높아요. 가을에 벼가 알곡이 가득 차면 알아서 고개를 숙이듯이, 진정으로 책임 있는 윤리적 기업은 요란하지 않고 겸손합니다. 둘째는 밖으로는 도네이션을 많이 하는데 회사 안으로는 비윤리적 기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내부적으로 윤리 문제가 많았던 기업들 대부분이 기업의 외부적 사회적 공헌을 많이 했습니다. 셋째로 인공지능 윤리 인재 양성에 투자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Q. AI 윤리 이야기로 넘어가고 싶은데요,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AI 윤리의 골자, 기본은 무엇인가요? 인공지능 윤리의 골자는 인공지능과 윤리 이론을 둘 다 이해하는 사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하나씩 잘하는 사람은 있지만 둘 다 잘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팀을 만들어서 절반은 인공지능 전문가, 절반은 윤리 이론과 정치철학 전문가들이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가령 공정한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어진 기업 상황에 윤리 이론적으로 가장 타당한 공정 이론을 찾아야 하고, 그것을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공지능 자체는 다들 많이 만들지만,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이 힘들고, 그것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경쟁력을 가지게 되어 있습니다. Q. 기업 컨설팅을 하실 때, AI 윤리 측면에서 가장 강조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인공지능 윤리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윤리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기업은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합니다. 그런데 윤리에는 크게 투자하지 않고 어떻게 윤리적으로 될 수 있는가만 묻습니다. 윤리 이론은 쉬운 학문이 아닙니다. 세상의 기업들이 윤리를 위해 회계나 재무팀에 지원하는 돈과 시간을 똑같이 들이면 세상은 완벽해지지는 않아도 더 나아질 거예요. 또 윤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배워야 합니다. 갑자기 회계사가 될 수 없듯이, 기본 수업부터 다 듣고, 시험도 치고, 경험도 쌓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윤리 이론과 정치철학 전공자들을 윤리 팀원으로 많이 고용해야 합니다. 애플이 스탠포드대학교의 정치철학 교수 조슈아 코헨을 스카웃 한 것처럼요. ▲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김태완 교수 Q. 현재 우리 성균관대도 AI 윤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Chat 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학생/교수자 매뉴얼을 구축하고 있기도 하죠.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성균관대가 더 나은 AI 윤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이미 교수님들께서 많은 논의를 하셨을 거로생각합니다. 다양한 전공 교수님들께서 모여서 토의하시고, 윤리와 정치 철학 전공 교수님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시리라 봅니다. 다만 추가로, 현실적으로 윤리적인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누군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업들이나 자산가들이 과감하게 성균관대 철학과 연구자들을 위해 그리고 대학 전체 교육을 위해 장기적 투자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Q. 현재도 AI 윤리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연구 소명, 연구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거창한 연구 소명이나 목표는 없습니다. 꾸준하게 중요하면서도 흥미로운 연구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현재 관심 있는 주제 중 하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좋아요 숫자를 소수가 독점하는 것이 과연 윤리적인가입니다. 또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데이터인데, 데이터를 만들고 있는 유저들이 실질적으로 회사를 위해 노동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습니다. 사실 제 연구의 근본적인 관심은 인공지능이 윤리 추론을 정말 할 수 있는가에 있기도 합니다. Q. 교수님의 학부생 시절이 궁금한데요, 재학 당시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그냥 보통 학생이었습니다. 중앙도서관에 자리 차지하기 위해서 애쓰고, 도둑놈이 저의 전자 영어사전을 훔쳐 가기도 했고. 점심때 쪽문으로 나가서 밥 먹고 그러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경영대 지하에 있는 독서실에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가끔씩 먹는 교수 식당 점심 식사를 조금 비싸도 좋아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날 때는 뒷문으로 나가는 마을버스를 타고 삼청동에 있는 식당에 가기도 했습니다. 저는 철학과를 사랑했습니다. 철학 수업이 좋았고, 토론하고 질문하는 수업들이 좋았고, 가끔 교수님들에게 저의 주장을 강하게 어필해도 토론으로 받아들이는 풍토가 좋았습니다. 공부를 좋아해서 그랬는지 학부 때 이미 대학원생분들과 친했습니다. 과사무실을 집처럼 생각했었고요. 요즘 비투비 이창섭의 유튜브 채널 전과자를 보면 학생 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 Q. 재학 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여러 가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쪽문으로 내려가면 있는 벌교 추어탕이 기억납니다. 비싸서 자주 먹지 못했지만,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했던 활동 중에는 미국 워싱턴 디씨에서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1년 교환학생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가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일년 후 돌아올 때까지 영어가 너무 힘들고 내가 바보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수확도 있었어요. 처음으로 기업윤리라는 과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와서 한 교수님 연구실에 갔는데 이미 영미권 기업윤리 책들을 가지고 계셨고, 좋은 주제라고 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Q. 교수님에게 ‘철학’, 그리고 ‘윤리’란 어떤 의미인가요? 철학이라는 것은 워낙 큰 분야라서 제가 뭐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크게 보아서 영미 철학 계통에서 규범 윤리 그리고 응용 윤리 중에 기업윤리를 전공했습니다. 제가 1+1=3이라고 한다고 답이 3이 아닌 것처럼, 철학과 윤리는 상당 부분 참과 거짓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명제들의 집합입니다. 조금 더 캐주얼하게 윤리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제가 주로 사용하는 말은, “Ethical is the new black”입니다. 신라면도 블랙 라벨이 비싸듯이 옷 브랜드도 블랙 라벨이 있습니다. 사회는 점점 더 윤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슷한 수준의 기업이 있다고 봅시다. 한 기업은 다른 기업보다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습니다. 그러면 그 기업은 블렉라벨이 붙은 기업이 됩니다. Q. 마지막으로 성균관대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졸업하기 전에 철학 수업을 꼭 들으시길 추천 드립니다. 대학 졸업 이후에는 전문적으로 훈련 받은 철학자의 강의를 듣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복수전공이나 부전공도 추천합니다. 성균관대 철학과에는 세계적인 학술지에 연구를 발표하시는 유능한 철학자분들이 많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전공을 하더라도, 철학을 배운다면 자신의 기존 전공에 대한 이해를 두 배로 더할 수 있습니다. 가령 경제학의 철학이나 물리 철학, 심리 철학은 기존 전공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위해 발전된 학문입니다. 또 추천하는 것은 꼭 논리학 수업을 들으시라고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비형식 논리, 형식 논리, 양상 논리, 등등 모두 재미있고,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든지 큰 자산이 될 철학적 지식입니다. 참과 거짓이 차이가 희미해지는 시대에, 논리학은 시대를 대비하는 좋은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 성균웹진 이채은 기자

    • No. 47
    • 2023-12-04
    • 6583
  •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어요.”

    사회과학대학 박홍기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어요.”

    기자, PD, 아나운서와 같은 언론인을 꿈꾸는 이들이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은 외롭고 막막할 것이다. 우리대학은 밝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예비 언론인들을 돕기 위해 예필재를 운영하고 있다. 언론사입사준비반 예필재는 1990년에 세워져 수많은 언론인을 배출해 냈다. 언론사 입사를 희망하는 성균인들을 위해 예필재의 박홍기 지도교수를 만나보았다. 박홍기 교수는 학사부터 박사까지 성균관대에서 마쳤다. 1989년에 서울신문사에 취재기자로 입사해 사회부장, 도쿄특파원, 온라인뉴스국장, 수석논설위원, 편집국장, 상무이사를 거쳐 2021년 10월 퇴사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한국언론진흥재단 비상임이사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2022년 1학기부터 모교에서 꿈과 희망이 충만한 청춘들과 만나며, 올 2학기부터는 예필재를 이끌고 있다. | 예필재 : 펜으로 깊고 밝은 세상을 만드는 재목 Q. 예필재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예필재(睿筆材), 선뜻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솔직히 어렵죠. ‘펜으로 깊고 밝은 세상을 만드는 재목’이라는 의미입니다. 언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대학 부속 기관, 언론인 양성소입니다. 1990년에 만들어졌고요. 기자, 프로듀서(PD), 아나운서 등 여러 직군의 언론인을 배출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땐 없었죠. 현재 예필재 실원은 38명입니다. 실원 비율은 시대를 반영하듯 PD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많은 편입니다. 운영 프로그램은 직역에 맞춰 논술, 작문, 실무특강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분야별로 준비하는 방법이 다를 것 같은데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기자, PD,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과정은 분명 다르지만, 출발점은 같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을 갖고, 세상을 보고자 하는 노력이 곁들여져야 합니다. 뉴스를 읽거나 보고 분석할 수 있어야 논술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경험상 좋은 방법은 신문 읽기입니다. 현안을 파악하고, 개념을 메모해 나가면 어떨까 싶어요. 공부 방법이 각자 다를 수밖에 없기에 “이거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서입니다. 작문 역시 자기의 직간접 경험과 세상사를 연결해 메시지를 던지고,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점수를 매기는 언론사의 심사위원으로부터 말이죠. 논술, 작문시험 이후 실무테스트, 실무면접 등은 분야별 특성에, 언론사의 요구조건에 맞춰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긴 호흡으로 틈틈이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예필재의 향후 운영 계획에 대해 말씀해 줄 수 있으신가요? 소위 ‘예필재 탈출 프로젝트’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탈출은 곧 언론사 입사, 목표를 이뤘다는 의미입니다. 탈출이 많을수록 합격률도 높아지는 거지요. 현재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기자, PD, 아나운서 직군에 맞춰 역량 있는 전·현직 언론인으로 구성된 강사진을 짜고 있어요. 자기소개서부터 글쓰기, 토론, 면접 등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적극 서포트할 계획입니다. 교육뿐만 아니라 지도, 상담에 제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 예필재 실원이 되기를 희망한다면 Q. 언론인을 꿈꾸는 성균인들에게 예필재의 장점을 소개해 주세요. 대학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학마다 여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예필재 전용으로 세미나실, 열람실, 자료실 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원들이 필요한 서적이나 자료 등을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고요. 전·현직 언론인들을 초청해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기회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같은 목표로 모인 만큼 ‘스터디 그룹’의 활성화는 공부의 효율성과 동기부여 측면에서 좋습니다. 장점은 한마디로 실원의 니즈(needs)에 맞춰 운영된다는 점입니다. Q. 예필재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예필재 입실 자격은 5학기(3학년 1학기) 이상 수료입니다. 논술이나 작문시험, 상식시험, 면접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요. 언론사 입사의 축소판입니다. 실원이 되려는 학생들은 일찍부터 틈틈이 논술이나 작문 등 글쓰기를 신경 썼으면 합니다. 이미 알고 있으리라 보지만요. 다양한 종류의 책도 자주 접했으면 하고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현안을 파악하고, 시사상식을 익히는 것은 절대적입니다.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은 교과서 격입니다. 박학다식(博學多識), ‘널리 배우고 넓게 알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 예필재의 담당교수로서 Q. 예필재 담당 교수를 맡겠다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언론은 민주주의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사회를 유지, 발전시키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한 축입니다. 그런데 언론의 신뢰도, 위상도, 환경도, 미디어의 세계도 (제가 입사할 때와는) 전과는 다릅니다. 언론계 안팎으로 변한 것이고, 바뀐 것입니다. 언론인은 솔직히 편한 직업은 아닙니다. 좀 과장하면 긴장의 연속입니다. 예필재 담당, 언론인이 되려는 후배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자체에 끌렸습니다. 저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겸손하지 못한 발언일 수 있지만, 후배들에게 지나온 길을 알려주고, 새로운 길을 가도록 조언하고 지원할 수 있다는 게 보람일 수밖에 없습니다. Q. 예필재 학생들의 교육에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마음가짐입니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합니다. “나는 왜 언론인이 되려고 하는가”라고 자문(自問)해 보라 권합니다. “언론인으로서 살아갈 자신이 있는가”를 묻는 거죠. 나아가 언론인으로서 소양을 갖추는 일이 중요합니다. 모든 직업이 엇비슷하지만, 성실과 끈기, 용기와 패기, 호기심 등이 더 요구됩니다. 기자의 경우에는 항상 다른 언론사 기자들과 경쟁하고, 취재의 벽을 넘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탄탄한 기본과 확고한 소신, 충만한 역량을 갖추도록 힘쓰는 이유입니다. 시험에서 합격하기 위해, 언론인으로 바로 서기 위해서입니다. Q. 언론고시를 단기간에 합격할 수 있는 팁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없습니다. 꾸준히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만이 지름길입니다. 운(運)이 따르면 좋겠지만 운도 확실한 준비를 전제로 합니다. 이런 말이 있죠. ‘기회는 준비가 행운을 만났을 때 생긴다.’ 예를 들어 준비 기간이 짧았던 지원자가 있다고 합시다. 운 좋게 논술이나 작문시험의 주제가 연습한 내용이 출제됐다고 해봐요. 관문을 통과하겠죠.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실무테스트, 집단토론, 실무 및 임원면접 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지요. 실력이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면접위원의 임무가 지원자 검증과 판별이니까요. 결론적으로 ‘단기간 준비’라는 말은 언론사 시험에서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차근차근 실력을 다져 합격까지 기간을 줄이는 게 최선책입니다. | 언론인의 길을 걸어간 선배로서 Q. 언론인을 꿈꾸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요? 계기라고 특별히 내세울 게 없어요. 다만 졸업 후 사회로 나간다면,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했지요.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인이 된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과 부딪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지요. ‘일정 범위의 사람들과 접촉할 것인가.’, ‘불특정 다수와 관계할 것인가’에서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사회의 한복판으로 뛰어들기 결심했지요. 보이지 않는 또는 숨긴 사실을 찾고 캐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개선을 촉구할 수 있는 직업, 거기에 끌려 기자가 되는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Q. 언론인이 되기까지의 과정 중 힘드셨던 순간은? 고비를 극복하신 방법이 궁금합니다 합격의 짜릿함을 맛보기 전까지는 모든 순간이 힘든 시간입니다. 지원자의 심경은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똑같을 겁니다. 누가 더 간절함과 절실함을 갖고 묵묵히 가느냐가 다를 뿐입니다. “왜 내가 기자가 되려고 하는지”를 되물으면서요. 그렇게 안 하면 안 되니까요. 언론사가 많지만, 원하는 언론사의 모집인원은 적어도 ‘참’ 적어요. 10명 이내라고 흔히 말하지만 5명 안팎입니다. 그렇다 보니 특정 언론사를 콕 찍어 준비할 수도 없어요. 시험 범위는 허허벌판이지요. 정해진 게 없습니다. 신문에, 방송에 보도되는 모든 게 출제 가능성이 있는 거죠. 그 때문에 학생들에게 ‘기자가 되려면 당신은 이미 기자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출제 경향에 그나마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죠. Q. 선배로서 언론인이 되기를 꿈꾸는 성균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예필재의 실원이든 아니든, 언론인을 꿈꾸는 후배들을 보면 기쁘고 반갑습니다. 누구나 지원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고, 보람도 있습니다. 멋지고 든든합니다. ‘돛단배는 바람 없이 움직일 수 없습니다. 순풍이면 좋겠지만, 역풍이라도 불어야 전진할 수 있습니다. 도전하면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언론인의 꿈을 이루길 응원합니다. 우리대학 언론입사준비반 예필재는 매년 많은 합격자를 배출해 내며 언론인을 꿈꾸는 성균인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본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3월 , 9월에 실원 모집을 진행해 학생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학습 의욕을 높이고 있다. 언론사 입사를 희망하는 성균인들에게 박홍기 교수가 이끄는 예필재와 ‘예필재 탈출 프로젝트’를 응원한다. 성균웹진 윤지민 기자

    • No. 46
    • 2023-11-16
    • 6840
  • 10,000시간의 법칙

    신문방송 90, 장혁재 동문

    10,000시간의 법칙

    장혁재 PD는 우리 대학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SBS에서 PD로 일하고, 현재는 '스튜디오 가온'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그의 필모는 ‘X맨’, '패밀리가 떴다'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오랜 시간 PD로 일하는 장혁재 PD에게 콘텐츠란 어떤 의미일까. 장혁재 PD는 콘텐츠는 정신적 만족을 가져다주고, 절대로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성균웹진이 만나본 장혁재 PD는 멀티태스커 그 자체였다. 10,000시간의 법칙처럼, 예능 PD는 오랜 시간 공을 들이며 콘텐츠의 디테일한 기획부터 편집까지 이르는 모든 일들을 하며 완벽을 추구하는 직업이었다. 우리가 소비하는 콘텐츠 뒤에서 웃고, 웃음을 가져다주는 장혁재 PD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장혁재입니다. 현재 스튜디오 가온에서 예능 PD로 일하고 있습니다. 1996년에서 2015년까지 SBS에서 PD로 일하면서 '호기심 천국',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등 여러분들이 아실만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많이 제작했습니다. 지금 제가 대표로 있는 스튜디오 가온은 런닝맨의 조효진 PD를 포함한 다른 후배들과 함께 만든 회사입니다. 제 동생인 장태유 감독도 같이 합류하면서 예능과 드라마를 망라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OTT 서비스에서 방영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요. 현재는 ‘더존’ 시즌 3 촬영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Q. 필모가 굉장히 화려하신 것으로 유명한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엑스맨’ 그리고 '패밀리가 떴다'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SBS를 나와서 기획한 프로그램 중에서는 ‘범인은 바로 너’ 그리고 '더존'이라는 프로그램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 회사는 버라이어티를 잘 만들던 PD들이 싱크탱크처럼 모여 만들어져서 우리가 가장 잘하고 원하는 콘텐츠들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존’ 이라는 프로그램도 OTT에서 방영되는 첫 번째 오리지널 예능인데, 정통 예능 스타일이에요. 많이 웃을 수 있는 리얼 버라이티 성 예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SBS에서 퇴사하시고 기획한 프로그램들만의 특징이 있나요? SBS에서 재미있게 일했어요. 퇴사하고 나서는 '원하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OTT 플랫폼이 부상하고 나서부터는 다양한 채널들과 협업해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레거시 미디어보다 OTT가 더 트렌드인 세상에서, 그 트렌드에 발맞춰서 원하는 대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어요. 저희도 OTT가 뜰 거로 예상하고 퇴사한 건 아니지만, 원하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와서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또 다양한 장치들을 활용해서 트렌드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XR이라고 불리는 VR(가상 현실)을 활용해서 네이버와 음악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제작 예정인 프로그램도 많아요. ‘찐친’을 가려내는 예능과 더존 시즌3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Q. 요즘은 경력직 PD들도 소위 방송 3사라고 하는 레거시 미디어 채널에서 많이 퇴사하시는 것 같아요. OTT 플랫폼에 비해 레거시 미디어 채널에는 제약이 조금 있나요? 그렇죠. 말씀하신 대로 지금은 방송국에서 일을 잘하거나, 프로그램을 잘 했던 PD들이 회사를 옮기거나 독립적으로 일 하는 추세입니다. 이적을 해서 자기가 잘하는 것들을 더 크게 만들 기회를 갖거나, OTT 플랫폼에서 전문화된 장르를 만드는 게 새로운 트렌드인 것 같아요. 방송국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약을 받다 보니, PD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소재나 수위 등의 한계가 있어요. 반면 OTT 플랫폼에서 방영되는 콘텐츠들은 좀 더 직설적이에요. 예능이라는 장르의 콘텐츠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리얼 버라이어티나 코미디, 다큐 등 전 영역을 다 망라하는 것이 예능의 장르입니다. 더불어 최근 트렌드로 떠오르는 가상 세계(XR) 등의 요소를 담을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 하는 예능 PD들 입장에서는 이적을 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해보는 게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저희는 사실 뭐든지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특한 재미를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언제나 고민하고 있어요. 중학교 2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유머라고 농담 식으로도 말합니다(웃음). 예능이 너무 어렵거나 다가가기 힘든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거죠. 트렌드는 돌고 돈다지만, 지금의 사람들이 가장 재미있어하는 소재가 예능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 트렌드를 어떻게 캐치해서 콘텐츠에 반영할 수 있는지가 재미를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능은 기본적으로 리얼하고, 진짜 같아야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도 마찬가지예요. 연기자들이 적당히, 꾸며내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진짜로 연기하는 게 리얼 버라이어티 쇼거든요. 요즘 뜨는 유튜버들, 인플루언서들, 그리고 기존 탑 MC들까지. 거부감 없이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좋은 마케팅 수단이자 예능의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스튜디오 가온의 프로그램 ‘더존' Q. 본인의 어떤 성격이나 특성이 예능 PD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예능 PD 시험을 볼 때 100m 달리기 테스트를 해야 한다는 말을 농담삼아 해요. 그만큼 예능 PD가 되기 위해서는 순발력, 지구력, 그리고 끈기가 중요합니다. 편집하다 보면 일주일의 하루나 이틀밖에 집에 못 가는 날들도 많아요. 끝까지 편집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그림을 찾아내기 위해서 버티는 지구력이 중요하다는 거죠. 다음으로 중요한 건 새로움에 적응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버라이어티 첫 세대였어요. 제가 카메라를 여러 대 사용한 대표적인 PD 중 한 명이기도 해요. 멀티카메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을 예능에 적용해서 제작하려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순발력이랄까, 흡수력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PD라는 일이 재미있었어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들을 웃길 수 있다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예능을 좋아해요. 잘 웃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자주 보는 게 예능 PD에 어울리는 제 특성이에요. 그리고 예능계 일을 지망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크리에이티브한 걸 좋아하잖아요. 새로운 걸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힘들다는 생각보다 즐겁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어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끝까지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예능 PD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많지만, 예능 PD가 미래가 밝은 직업이 아니라는 전망도 종종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PD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디어 생태계의 위기다, 플랫폼의 위기라는 말들이 많이 나오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 정도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소비되는 세상에서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중요도가 떨어지지 않을 거로 생각해요. 앞으로 그 중요도가 커지면 커졌지,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PD를 하려면 꼭 방송사에 들어가야 했다면, 요즘은 혼자 카메라 몇 대만 있어도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유튜브를 통해 쉽게 소비할 수 있어요. 젊은 사람들이 콘텐츠 업계에 종사하는 것은 미래가 밝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PD 일을 직접 경험해보면 힘들거에요. PD를 쓰리 멀티, 포 멀티 잡이라고들 합니다. 편집부터 시작해서 스탭들을 챙기고, 기획하는 모든 일들을 PD가 직접 담당하고 있거든요. PD가 되고 싶다면, 정말 이걸 원하는 게 맞는지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확신이 들었을 때 입사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럼, 스튜디오 가온이 원하는 예능 PD의 인재상도 비슷한 결이겠네요. 그렇죠. 저희는 면접 볼 때, 콘텐츠에 얼마나 관심 있는지를 중요하게 봐요. 저희가 만든 예능 프로그램들을 다 봤는지. 매년 많은 친구들이 PD로 지원하는데, 저희가 실제로 뽑는 사람들은 결국 우리 회사, 그리고 우리 회사의 콘텐츠에 관심있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 알고 있고, 그 콘텐츠 제작에 젊음을 바칠 의지가 있는가를 판단하는 데 주력합니다. 예능은 내가 혼자 보려고 만드는 콘텐츠가 아니에요. 어떤 플랫폼에서 방영하든 시청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예능 PD의 업무입니다. 그러려면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것이 트렌디한 지, 왜 그런지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아가 그런 걸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이 PD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PD님 프로그램만이 가진 특징은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예능은 재미 있어야 해요. 아무리 어떤 컨셉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컨셉보다 중요한건 재미예요. 그 재미를 어떤 식으로 구현하는지, 그 폼은 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폼을 좀 다르게 만들기 위해서 애쓰고, 그 폼 안에서 저희만의 다른 포인트를 찾으려고 해요. 그러면서 콘텐츠의 내용이 지금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트렌드에 적합한가, 시청자들이 좋아할 소재나 방향성을 담고 있는가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의 성패 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기획할 때 이런 것들을 신경쓰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을 하면서 아이디어의 구현, 그리고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자주 해요. 모든 소품을 배치하고 이걸 디테일하게 어떻게 살릴지, 원하는 장면이 나올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계산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중요해요. Q. SBS를 나오고 직접 제작사를 차리셨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하는 일에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SBS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똑같은 관계를 유지하며 일하고 있어요. 스튜디오 가온은 잘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일하는 회사이길 바라요.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있기도 하고요. 저희만의 독특한 능력을 발휘할 프로그램을 많이 하는, 그런 제작사로 키우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쉽지 않은 점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콘텐츠 업계라는 정글 속에서 저희가 잘하는 것들을 가지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SBS에서 나오고 나서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방송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하다가, 정글 같은 곳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입장이 된 거죠. 더불어 SBS를 나오고서는 레귤러제(매 주 방영)가 아닌 시즌제 예능을 제작하고 있어요. 레귤러제라는 부담이 없다 보니, 질적으로 더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가 생긴 것도 변화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Q. 스튜디오 가온만의 색깔이나 지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는 좀 ‘다른‘,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려고 합니다. 완성도와 퀄리티가 높은 콘텐츠를 만드는 거죠. 콘텐츠의 국경이 없다고 생각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도 좋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드라마 제작도 하고 있습니다. 예능과 드라마를 함께 제작하는 제작사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IP 권한을 보유한 제작사로서, 드라마적으로도 여러 가지 IP와 특이한 것들을 많이 하는 회사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IP를 예능, 드라마 등으로 멀티유즈하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Q. PD가 되기로 결심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 남에게 재미 주는 것을 좋아해서, PD가 되신건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저는 솔직히 대학 때부터 남을 잘 웃기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예능 PD들이 다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소심한 사람도 많습니다. 오히려 남을 관찰하고, 재미있는 걸 보는 사람들이 PD가 되는 것 같아요. 재미를 잘 캐치하고, 콘텐츠 자체에 대한 지대하고 끝없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때부터 PD가 되고 싶은 생각은 있었어요. 그래서 신문방송학과에 지원한 거고요. 저는 제대하고 나서 방송 현장에서 엑스트라 생활, 그리고 FD 생활을 1년 정도 하면서 현장 경험을 했습니다. 현장 경험이 나중에 SBS에 지원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PD가 되고 나서 느낀 건, 실무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일을 해보고, 내가 진짜 이 일에 맞는지 확인하고 지원하면 훨씬 성공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 일을 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이 성균관대에서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Q. PD 장혁재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끊임없이 일을 해야 만족하는 성격이에요. 일단 목표가 있으면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빨리 그걸 달성하는 걸 좋아합니다. 예능 PD들은 자기가 만든 콘텐츠를 사람들이 좋아할 때, 가장 만족하고 또다시 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겨요. 그런 사람들의 좋은 반응이 제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예능 PD는 혼자 잘해서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에요. 스태프들, 연기자들과 좋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일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소통하면서 만들어 낸 팀의 좋은 분위기도 일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Q. PD를 꿈꾸는 성균관대 재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예능 PD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다니 선배로서 좋네요. 아무리 콘텐츠 업계가 레드오션이라는 평가를 받아도, 이 업계가 없어지지는 않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람이 존재하는 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정신적인 소비재가 콘텐츠라고 생각하거든요.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몸을 던지며 정신적 만족을 얻는 사람들이 필요해요. 그런 걸 하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을 때 더 즐거워지거든요. 이런 콘텐츠 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후배님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D는 인턴, 동아리 활동 등 실제적인 경험을 해 보고 이 일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이에요. 이 직업은 '결과를 내겠다는 마인드'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는 것 처럼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내 능력과 시간을 갈아 넣고 원하는 결과물을 냈을 때 고통이 느껴지지 않고 재미있어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 SBS PD때 제작한 '런닝맨' ,‘패밀리가 떴다’

    • No. 45
    • 20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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